오늘의 단상
지난 주말, 차를 몰고 내비가 알려주는 대로 내부순환도로에 올랐다. 여기서도 고속도로처럼 각자가 목적지로 가기 위해 출구인 진출램프로 빠지는 경우들이 있다. 주말인지라 차가 많았다. 램프로 빠지려면 미리 오른쪽으로 줄 서듯 들어가야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출구로 나가는 차선은 하나인데 두 줄이 되는 경우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중간에서 끼어드는 차량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떤 차들이 내 앞에 끼어들려고 핸들을 꺾어 머리부터 들이밀면 나도 모르게 투덜거릴 때가 있다. 면허를 취득한 이후 경험이 쌓일 때마다 생겨나는 무슨 전투 본능 같다.
"아니 왜 내 앞에서 끼는 거야. 뒤에서 미리 들어갔어야지"
사실 한대 정도 끼어든다고 해서 내가 목적지에 가지 못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10분~20분 빨리 가는 것도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그래, 너무 잘 알고 있다. 다만 그저 얄밉고 괘씸할 뿐인 거지. 하지만 반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자. 나가야 할 출구를 확인하고 미리 준비하고 들어갔다면 됐을 일이지만 미처 몰랐다면? 또 상황이 그렇게 됐다면? 나도 중간에 끼어드는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 차량에 내 얼굴 표정을 그대로 보일 순 없지만 오른쪽 점멸 깜빡이에 '끼어들어서 정말 미안합니다(굽신) 진짜 몰랐어요. 한번만 양해 부탁드립니다(굽신x2)'라는 내 진심을 담아서 표현할 뿐이다. 당연히 그게 보일리 없지만. 물론 중간에서 양보해 주는(?) 차량들이 있다. 자칫하면 앞차의 뒤통수를 박을 듯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차량들도 당연히 있다.
"아, 진짜 더럽게 안 껴주네"
이때도 역시 투덜거리기 마련이다. 그럼 저쪽에서도 투덜거리고 있지 않을까?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는데 딱 그 모양새다. 끼어드는 걸 굳이 막으면서 그 좁은 공간을 사수하려는 자 vs 그 좁아터진 공간을 굳이 비집고 끼어들려는 자. 같은 상황이지만 내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입장이 되는 셈이다. 순간순간 위험할 수 있는 교통 상황 속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잘 몰고 다니면 굉장히 편리하고 유용한 것을, '크랙숀'을 울리고 상향등을 켜가며 험하게 몰고 다니는 순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흉기로 돌변하는 법.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에 친구는 "그렇게 돌아가면 너만 늦는거야"라고 답한 적도 있다만, 급할수록 돌아가다 보면 그리고 조금이라도 여유를 갖게 되면 세상도 자연스럽게 어쩌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돌아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과 진짜 도로 위의 현실은 전혀 다를 수 있지만 그저 이상에 불과한 일이 아니기를. 어쩌면 생각하기 나름은 아닐까. 나도 꽤 오래 운전을 해봤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한다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것임을. 그 작은 마음들이 많은 분들에게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 단지 그뿐이다.
어느 날 운전하다가 문득 생각났던 짧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