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사람-제주 올레 15코스
한림항에서 시작... 일몰이 그리도 아름답다는 제주의 서북 해안, 효리가 거닐던 한담 산책로와, 한때 GD의 것이었다는 거울 카페를 곁에 둔 15코스(B)....를 지척에 두고 하필이면 내륙의 15-A를 걷는다. (축제 기간엔 모든 갈림길을 A로 통일했다고 한다.) 홀로 걸었다면 필시 해안길이었을 것이다. '가지 않은 길'은 늘상 뭔가 아쉬운 법.
열병식이라도 하듯...? 정렬의 갈매기 부대. (이미 걸었던) 한 코스를 건너뛰느라 또다른 그룹의 틈바구니에 낀다. 이미 대여섯 코스를 쭉 함께 걸어온 이들은 불청객을 향해 그들만의 단결력을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는 이미 '가족적'이다. 음.... '가족'의 이미지는 꽤 다양한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때가 되면 제 몫을 다하는 것이 생명의 본질일까. 그냥 지나칠 뻔한 부레옥잠.
고즈넉한 동네가 쭉 이어지다가 문득 나타난 절 하나. 잠깐 쉬어 볼일도 보고, 두런두런 얘기도 나누는 동안 절곁으로 어마무시한 사이즈의 불상이 제작중임을 알게 되었다. 얼핏 본 부처님의 발 사이즈만도 장난이 아니다. 차후 육로 코스를 선택할 미끼가 되었다.
제주 할망들의 그림이 전시되었다는 곳
혹자들은 할망들의 그림이 어린아이 것과 같은 이유는 할망들이 순수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란다. 모진 풍파의 생을 우리보다 두배도 더 산 어르신들이...? 웃기신다. 그네들은 그저 그림을 제대로 배워 볼 기회조차 없었던 까닭이다. (속되고 속되도다...)
오늘은 15코스의 올레지기 선생께서 친히 코스를 안내하고 노천 카페까지 열어 주었다. 그것도 구식 버너로 찻물을 직접 끓여가며....
이젠 제법 익숙해진 수세미와
여전히 낯선 하늘타리
그리고 피라칸다...
쉬이 기억되는 이름과, 여간해선 입에 붙지 않는 이름들이 있다. 쉽게 친숙해지는 인격과 아무리 이성적으로 받아들이려 해도 안되는 인품도 있다. 오늘, 불쑥 개인의 바운더리를 뚫고 진격해 오는 예의 질문 공세를 받는다. 꽤 오랜만이긴 해도 낯선 길 낯선 이들 사이에 늘 존재하는 xx질량 보존의 법칙을 감안, 무던히 지날 수도 있었건만, 집요한 질문의 연속과 단답 이후에 펼쳐지는 제멋대로의 일방통행적 지레짐작적 판단 (정작 본인은 그것이 무례인지도 모르는)은 가식의 덮개도 없이 훅~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일면 참신해 보이기까지도 하는 것이었다.
아........... 이 너른 한라의 품 속에서 나는 왜 이따위 말들을 주워듣고 있어야 하나... 미련퉁이처럼 걷다가
종착에 이르러 퍼뜩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아, 맞아. '가족적'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