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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l 01. 2016

just the two of us

 " 그러니까 차는 어쩌고 버스로 간다는거야. "

 " 운전 하기 싫어서, 허리 아파. "

 " 이유 한번 정확하네. "



 출발 준비중인 버스에 올라탄 수원의 얼굴엔 피곤함이 가득했고, 반대로 혜성의 얼굴엔 불만이 가득했다.



 " 엄마한테 하루 쯤 늦는게 어때서? 꼭 이렇게 일마치고 가야돼? "

 " 엄마 서운해하신다 너. 이 말 돌고 돌아서 하늘나라로 퍼지는거 금방이야. "



 뻐근한 목을 이리저리 돌리던 수원은 혜성의 말에 어른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하며 눈을 꼭 감았다. 피곤함으로는 서로 마찬가지인 상황이라 더한 짜증이 불기전에 잠을 청하려던 수원의 귓가로 다시금 혜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8개월만에 가는데 딸 얼굴이 이게 뭐냐고. "

 " 삼일전에도 이 얼굴이였어, 상관없어. "

 " 씨. "

 " 너 내가 이렇게 안 데려가면 또 질질 끌 거 잖아, 오늘은 이래서 안된다 저래서 안된다 하면서. "

 " 내가 언제! "

 " 내가 언제는 언제야, 늘 그랬지. "

 " 짜증나. "

 " 짜증내지말고 어깨나 좀 줘봐, 나 졸려 죽겠어. "

 " 싫어. "

 " 너 요즘 삐뚤어지는게 취미냐? "



 한껏 나와있는 입을보며 웃던 수원은 혜성의 어깨에 기대며 눈을 감았다. 제가 편해 할 수록 어깨를 치며 불편하게 하려는 혜성의 어깨를 볼로 누르던 수원은 나긋한 목소리로 뿔난 마음을 달래려는 듯 얘기했다.



 " 우리 엄마 꿈에 어머니 나오셨대. "

 " ... . "

 " 가만 앉아서 그리워 하는 얼굴로 엄마만 보시더래. 그렇게 한참을 앉아계시다가 일어나시며 묻더래, 우리 딸 잘 지내냐고. "

 " ... . "

 " 나도 죽겠다. 두시간 전까지 공방에서 의자 작업하고, 뿔난 너 데리고 터미널까지 오느라. "

 " ... . "

 " 너 요즘 예민한 거 아는데, 나한텐 그래도 어머니한테까진 그러지마. 내가 너 남자친구기도 하지만 어머니한텐 아들도 돼, 나만보면 예뻐해주시던 그 세월이 얼만데. "



 울음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꾹 깨물던 혜성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던 수원은 다른 말을 덧붙히는 대신 주먹을 꼭 쥔 손을 끌어다 제 손으로 감추며 다시금 잠을 청했다.



-



 완성된 의자를 보면서도 무언가 맘에 들지 않던 수원은 팔짱을 낀 채 의자만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벌써 이십 분 째, 이리봐도 저리봐도 모르겠는 완성된 의자만을 보던 수원은 답답했는지 피곤한 눈을 꾹 누르며 테라스로 향했다.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끊어야지 끊어야지 했던 담배를 집어 들며.



 " 아싸! 너 딱 걸렸다? 혜성이한테 제보해서 만원 받아야지! "



 뭘 사서 오는건지 검은 봉다리를 흔들며 공방으로 걸어오던 건욱은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고있던 수원을 발견하곤 어린아이처럼 웃어보였다. 뭐 사와. 테라스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던 수원은 건욱이 꺼낸 아이스크림을 보며 얼른 오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 일렀담 봐라. "

 " 너 같음 안이르겠냐? 문자 하나에 만원인데? "

 " 이 의자나 좀 봐줘, 뭐가 빠진건 확실한데 통 감이 안와. "

 " 믿냐, 최프로의 눈? "

 " 믿어본다, 최프로의 눈. "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며 쇼파에 앉은 수원은 유심히 의자를 보는 건욱을 보며 의심스런 눈초리를 내보였다.



 " 뭘 보는 거 같긴한데. "

 " ... . "

 " 보이는거 맞아? "

 " 등 받이 부분. "

 " ... . "

 " 위쪽 상단만 막는대놓곤 온 전신에 다 막아놨네. "

 " 아! "

 " 막은건 일도 아니네, 요기조기 탈없이 뜯을려면. "

 " 어쩐지 막힘없이 되더라. "

 " 슬 차려보지? "

 " 뭘? "

 " 정신. "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를 휴지통에 버리며 다이닝 룸으로 향한 건욱은 믹스커피를 꺼내 종이컵에 탈탈 털었다.



 " 혜성이는 언제까지 속 썩일거래? "

 " 아마 평생? "

 " 하여튼 기지배가 지만 알아가지고, 이럴 때 보면 괜히 소개시켜줬다 싶다니까. "

 " 고만. "

 " 고만은 뭘 고만이야, 그놈의 기지배때문에 잘생긴 얼굴은 다 어디로 갔는, "

 " 고만. "

 " 고만, 어? 이거 혜성이 목소린데? "

 " 그러니까 내가 고만하라 할 때 고만했어야지. "



 눈치없는 건욱을 탓하며 어깨를 으쓱이던 수원은 혜성의 손에 들린 커피 캐리어를 받아 들며 의자를 빼주었다. 어디서 오는 길이야?  커피를 꺼내 제 앞에 놓아주는 수원을 보던 혜성은 절 보며 싱긋 웃는 얼굴에 순간 밀려오는 미안함을 느꼈다.



 " 에이전시랑 미팅하고 나오는데 갑자기 자기한테 너무 미안한거야, 그래서 그 길로 왔지. "

 " 미안함도 참 특이하게 느낀다. "

 " 너 안가? "

 " 갈 거야. 아 맞다! 너 나한테 만원 줘. "

 " 만원? "

 " 야. "

 " 수원이 담배폈어. "



 뻔뻔하게 손을 내밀며 기다리는 건욱과는 달리 수원은 한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서 있었다. 오늘은 어떤 잔소리로 혼이날까 긴장하고 있던 두 사람 사이로 별 말 없는 공기만 들렸다. 혜성은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 건욱의 손에 쥐어주었고, 수원은 그 소리에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렸다.



 " 너 왜 고분고분 주냐? "

 " 약속은 약속이니까. "

 " 참나, 누가 들으면 15년동안 쭉 한결 같았는 줄 알겠네. "

 " 너 안가? 좀 가. "

 " 간다 가. "



 손을 흔들며 인사하던 건욱이 공방을 빠져나가고, 완벽히 둘이 된 두 사람 사이엔 멋쩍은 공기만이 흘렀다. 수원은 어떤말로 혜성을 이해시켜야 하나 하는 생각에 쉽게 입을 떼지 못했고, 혜성은 그런 수원을 보며 덤덤하게 사과를 건넸다.



 " 미안해. "

 " ... . "

 " 생각해보니까 내가 너무 못된년이더라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엄마한테 가는건데 철 없이 투덜거리고, 자기도 힘든데 나 힘든것만 생각하고, ‥미안해. "

 " ... . "

 " 왜 아무말도 안해? "

 " 나 혼날거만 생각하느라, 니가 이렇게 훅 들어올진 몰랐지. "

 " 펴. 대신 줄이기다? "

 " 어? 진짜야? "

 " 이렇게 좋아 할 일이야? "

 " 싫어, 할 일은 아니지? "

 " 나 배고파. "

 " 점심 안 먹었어? "

 " 먹었어, 먹었는데도 배고파. "

 " 나가자, 맛있는 거 먹자. "



 입고있던 앞치마를 푸르며 혜성에게 손을 내민 수원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뭐 먹을까? 라고 물으며 손을 흔드는 수원을 보며 혜성은 연애를 하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느꼈다. 브런치 가게 가자는 수원의 말에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를 기다렸다. 햇살도 바람도 미지근하던 오후, 새삼스레 제 옆에 있는 수원이 혜성의 눈에 남달라 보였다.



 " 나랑 헤어지고 싶었던 적 없었어? "

 " 왜. 너 나랑 헤어지고 싶어? "

 " 묻잖아. "

 " 나도 묻잖아. "

 " 없었어. "

 " 나도 없었어. "

 " 따라하지 말고. "

 " 어딜봐서 내가 널 따라해? 내 마음 그대로 말하는건데. "

 " 진심으로 묻는거야. "



 왜인지 오늘따라 이상한 혜성의 목소리에 수원은 횡단보도를 건너다 말고 걸음을 멈추었다. 뭐해, 위험하게. 잽싸게 제 팔을 이끄는 혜성을 따라 횡단보도를 건넌 수원의 얼굴엔 잔뜩 인상이 쓰여져 있었다.



 " 너 돌려 말하는 성격 아니잖아, 하고 싶은 말이 뭔데. "

 " 없어. "



 그리곤 먼저 앞서는 혜성의 손을 끌어 제 앞으로 당긴 수원은 다시금 되물었다. 헤어지자는거야? 금세 예민해진 목소리를 들으며 혜성은 다른 말 대신 입술을 꾹 깨물었고, 잡고 있던 두 손이 희미하게 놓아지려던 차 다시금 꽉 잡으며 혜성은 늦은 대답을 건넸다.



 "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다른 여자들이 너 보고 좋다고 할까봐, 내가 봐도 너는 이렇게 멋있는데 다른 여자 눈엔 어떨까 싶어서. "

 " 뭐? "

 " 내가 요즘 너무 밉게 행동했잖아, 그래서 너 지쳤을까봐. "

 " ... . "

 " 정말 별 뜻 없었어, 그게 다야. "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뒤섞여 말끝이 느려지는 혜성을 보며 수원은 어이없다는 듯 웃다가도, 날 선 말이 아닌 진심 어린 말에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평소 혜성의 성격을 잘 아는터라 지금 같은 순간이면 먼저 말을 건네기 전 까진 모른 척 있어주는게 수원이 할 수 있는 당연한 배려였다.



 카페에 도착해 주문을 하기 위해 카운터 앞으로 다가간 수원은 혹시나 혜성이 다른 커피를 찾을까 뒤를 돌았고, 아니나 다를까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혜성을 보며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수원은 넌지시 물었다.



 " 뭐 마실거야? "

 " 아메리카노도 먹고싶고, 플랫화이트도 먹고 싶어. "

 " 나 있잖아, 두개 다 먹으면 되지. 샌드위치는 고민 안해? "



 장난스레 묻는 수원을 말을 알아채곤 혜성은 안해- 라고 대답하며 수원의 등을 살짝 밀었다. 먼저 자리에 가 있어 라는 말에 안쪽 창가로 향한 혜성은 얼마 못가 제 옆으로 앉는 수원을 보며 눈치 아닌 눈치를 보았다.



 " 오늘처럼 질투하는 거, 주마다 한번씩 하는 건 어때? "



 제 쪽으로 몸을 돌린 채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먹으며 신난 얼굴로 웃고있는 수원이 혜성은 얄미워 인상을 찌푸렸다. 차라리 다 드러난 제 진심에 부끄러운거라면 오히려 더 당당했을텐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왜 인지 모르게 제가 졌다는 생각이 다분하게 들었다. 괜한 심기에 제가 제 발을 밟은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 근데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



 여전히 신난 얼굴로 제게 물어오는 수원의 입술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며 혜성은 저도 모르게 편한 웃음을 드러냈다. 왜 갑자기? 그새를 참지 못하고 여전히 신난 얼굴로 제게 물어오는 수원을 빤히 쳐다보던 혜성은 아무도 없는 주변을 살피곤 잽싸게 입술에 입술을 맞추었다.



 싫지 않은 얼굴로 저를 보고 있는 수원을 보며 혜성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며부터 순식간에 제게 일어 난 이 모든 일들을 단번에 받아 들이기엔 짧은 순간 간지러운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티슈로 입을 닦고 한가득 남은 커피를 챙겨 밖으로 나가려던 차, 너른 창 앞으로 혜성이 다가섰다. 꼭 처음 만나던 날 처럼 부끄러움을 온 몸 가득 묻힌 채.



 아예 손도 대지 않은 혜성의 플랫화이트가 담긴 컵을 들고서 밖을 나선 수원은 좋아 죽겠는 마음을 하나도 감추지 못했고, 숨기지 못했다. 좀 걸을까? 굳이 보지 않아도 단번에 손으로 손을 찾아 맞잡는 수원의 행동은 지금까지도 혜성이 제일 설레여하는 행동 중 하나였다.



 " 부탁 하나 할게. "

 " ? "

 " 앞으로 짜증은 더 격렬하게 내줬으면 좋겠어. "

 " 어? "

 " 더 격렬하게 내달라고. "

 " ... . "

 " 그래야 오늘처럼 알아서 애교도 보여주지. "



 어느덧 서로가 너무 익숙해진 탓에 부담없이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어 좋았지만, 반대로 상대가 바라고 있었던 모습은 쉽게 간과한 채 지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혜성의 마음에 찾아 들었다. 애교? 다시금 묻는 제 말에 어, 애교. 라고 얘길하며 환히 웃는 수원의 얼굴을 보며 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 부탁쯤이야 뭐, 받아 들일게. "

 " 근데 꼭 안 그래도 되는데. "

 " 왜? "

 " 아니다, 해. 대신 짜증내는만큼 애교는 알지? "

 " 내가 진짜 짜증을 많이 내는구나. "

 " 그걸 이제 아는구나. "

 " 나 다시 또 미안해 해야하는거야? "

 " 지금 뽀뽀 할 거야? "

 " 뭐? "

 " 아니 나 지금 립밤 바를려고 꺼냈거든. "

 " 야. "



 능청스런 수원의 장난에 혜성은 웃음을 감추질 못했다. 가자, 데려 다 줄게. 잡은 손을 이끄는 수원을 따라 걷던 혜성은 아쉬운 마음이 들어 잡은 손을 더 꽉 잡았고, 그 행동에 수원을 혜성을 쳐다보며 웃었다.



 " 그만 미안해 해. 뭐 나는 안 그랬어? "

 " 그래도 내가 더하지. "

 " 그건 그렇지? "

 " 퇴근하고 영화보자, 마블 시리즈 나왔던데. "

 " 알았어, 예매 해 둘게. "



 수원이 대답하기가 무섭게 곧장 온 버스를 보며 혜성은 아쉬운 듯 천천히 손을 놓았고, 그 마음을 이미 알아 챈 수원은 혜성이 앉은 자리 앞으로 가 손을 흔들었다. 그들에겐 이 또한 당연한 일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이상하게도 모든게 새로웠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걸 잃지 말라던 그 말이 꼭 지금을 가르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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