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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l 10. 2016

뜨거운 안녕

 헤어짐을 얘길하는 내 얼굴을 보면서도 너는 전처럼 웃질 않았고, 너의 큰 손으로 내 손을 뺏아 잡지도 않았다. 넌 그저 내 말을 받아 들이겠다는 듯, 가만 앉아 대답없는 대답을 건넸고, 나는 허전해진 마음을 느꼈다.

 짧은 대화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지친 얼굴이 다분한 너를 가만 보고만 있을 순 없어 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를 등지고 나올때는 당당했던 걸음이, 너와 멀어지는 순간부터 느려지는 걸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너를 피해 멀리라도 갈 것처럼 굴었던 나는 우습게도 얼마 못간 채, 카페 앞 귀퉁이에 서 있었다.


 이별을 했고, 이별을 받아들이느라 정신없던 순간에도 내 눈 앞에 흩어지던 눈발을 보며 청승맞게도 네가 떠올랐다. 뒤쪽에서 들려오는 문소리에 나는 너를 확신하며 쳐진 어깨를 세워 바로 섰다. 선명한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너는 작은 바람으로 너를 알리며 멀어져갔다. 늘 내 곁에서 나던 너의 향이 이제는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다. 미련없이 떠나던 너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코 끝이 찡해옴을 느꼈다.


 흩어지던 눈 발이 점점 거세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눈이 세차게 내렸던 작년, 쉼없이 쏟아지는 눈을 보며 아이처럼 좋아하던 네가 이내 내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고 얘길하던 그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였다.


 그 때에 네가 준 달콤함으로 인해 나는 겨울을 좋아하게 됐는데, 미끄러운 빙판길에서도 오로지 나만 걱정하던 너의 목소리에 나는 익숙해져 버렸는데. 너의 손 끝 하나, 말 끝 하나, 내게로 향해있던 그 모든 게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 갈 것만 같았다.


 나를 스쳐갔던 너는 어느새 내 시야에서 완벽히 사라졌다. 너와 함께여서 좋았던 날에도 눈이 왔고, 너와 헤어져서 슬픈 날에도 눈이 내렸다. 이별로 인해 따르는 순리를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자꾸만 눈물이 났다.


 방금 전, 나를 떠났던 네가 내겐 더 선명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나를 보며 사랑한다고 얘길하던 네가 더욱 더 선명해져만 갔다.


 눈이 온다. 너와 함께했던 두 번째 겨울이 가고, 세 번째 겨울이 왔다.

 눈이 온다. 벌써 40분이나 흘렀다. 내 시간 속엔 언제나 네가 있었는데- 처음이였다. 너 없는 시간 속에서 40분이나 흘러 있는 일은.


 눈이 온다. 온전하게 너를 그리워하며 나는 지금을 애달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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