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을 잡아 줄 당신의 손과, 걸으며 나눠 먹을 커피 한잔이면 충분한 가을이, 그 밤이, 다시 또 찾아왔다.
같은 오늘 안에서, 다른 하루를 보내고서야 당신을 만난 나는 뭐가 그렇게도 할 말이 많은지, 말을 내뱉는 와중에도 또 다른 이야기를 곧잘 떠올려내며 쉼 없이 말하기 바쁜 그 날이 다시 또 찾아왔다.
언제나 당신은 그저 두서없는 내 얘기를 들을 뿐 이다. 목소리가 높아졌다가, 낮아졌다가 때로는 흥분해 걸음을 멈추는 나의 여러면을 한꺼번에 보면서도 당신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내 입에 빨대를 물려주기만 할 뿐이다. ' 그러다 숨 넘어가겠다. ' 하며.
분명 길고 또 길었던 오늘인데, 이상하게도 당신에게 오늘을 털어 놓을때면 어쩜 그렇게 짧게만 느껴지는지- 하루종일 퇴근시간만 기다린 하루였는데, 이렇게 당신에게 털어놓고나면 새삼스레 진했던 그 시간들이 어느샌가 연하게 번져 별 일 아니였다는 생각이 되어 내게 스며 든다.
얼마 못가 또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나면, 나는 또 당연하게 당신의 손을 붙잡고 가을을 걸어가며 지금처럼 여러면을 보여주겠지. 목소리가 높아졌다가, 낮아졌다가, 때로는 흥분해 걸음을 멈추며. 그러면 당신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내 입에 빨대를 물려주겠지. 그러다 숨 넘어가겠다 라고 얘길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