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정말 사소한 행동까지 나는 네가 원하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싶었던 그런 적이 있었다. 처음엔 그게 연애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닌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 함께 하는게 연애라고 생각했던, 그런 어리석은 날들이 있었다. 내 감정엔 충실하지 못하면서 네 감정엔 충실했던 어리석은 날들이.
너를 많이 좋아하는대신 나를 많이 좋아하지 못했던 그 때의 잔상이 이제서야 내게 미안함으로 몰려왔다. 명확히 네가 떠나고서야 나는 내 몸을 감싸고 있던 옷을 벗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내 눈으로 내가 선명히 들어왔다. 원래의 내 모습을 너에게 다 보여주는게 나는 뭐가 그리도 무서웠던걸까.
너를 좋아하는만큼 나를 감추고자했던 스스로의 행동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내게 상처가 된 걸 보니 속상함이 밀려왔다. 네가 상처받은것엔 예민했으면서, 내가 상처받는것엔 무디기만 했던게 이제서야 느껴져서.
너는 이렇게 나를 떠나면 그만인데, 나는 나를 떠날수가 없다는 걸 왜 이제야 알았는지 뒤늦게 밀려 온 어리석음에 급기야 화도 나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후회해봤자, 그래봤자 연애가 끝난 지금엔 내게 남은 건 나로 인해 상처를 받은 나 뿐이였다. 그저 스스로를 감추고 감추기에 급급했던 나로 인해 거울을 마주하고 서 있는 지금, 비친 유리 속으로 내가 보이지않아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내가 만든 가면 속에 내가 살고 있었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게 된 지금엔 그저 눈물만 흐를 뿐 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