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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Sep 09. 2016

relationship

 하루는 미치도록 이해되지 않았던 네가, 하루는 별안간 이해가 되곤 했다. 얼마전엔 널 향한 내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는데, 별안간 오늘은 네가 미워졌다. 네가 내 마음을 상하게 한 건지, 내가 네 마음을 상하게 한 건지, 한동안 우리 둘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너를 만난 후 부터 내 하루는 당연하게 너와 공유가 되었고, 너 또한 마찬가지였다. 햇살이 반짝이는 아침에서 어둠이 내려앉는 밤까지-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서로를 알리고 있었다. 정말 사소한 이야기부터, '우리' 가 섞여버린 이야기까지.


 가끔 너는 나를 보며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곤한다. 날 선 내 말 하나하나, 날 선 내 눈빛 하나하나, 날 선 내 행동 하나하나를 보며, 나로인해 네가 상처 받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끼면서도 나는 그 행동을 섣불리 멈추지 못한다. 당장에, 지금 이 순간에, 나는 너에게 상처를 주어야만 한다고 스스로를 꼬집었다. 그거 너에게 상처가 되는 걸 모르고, 그 상처가 다시 내게 돌아 올 거라는 걸 모르고.


 성격이 달라서, 성향이 반대여서 부딪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 연애 초엔 단순하게도 서로 다른 걸 어떡해. 앞으로 잘 맞춰가야지- 하며 호탕하게 다름을 인정해놓고, 연애가 무르익은 지금엔 나는 나만이 알고있는 너의 약함을 드러내며 네게 벌처럼 쏘아대고 있었다. 분명 너도 나처럼 나의 약함을 잘 알고 있고, 두서없이 쏟아내는 내 말을 들으면서도 한번쯤은 같은 행동을 보일 법도 한데, 너는 그렇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쏟아 질 것 같은 수 많은 그 말들을 애써 억누르는 듯 했다. 내가 아는 너의 모습 중 하나인 지금의 모습을 보며, 나는 미안하다고 말하면 될 일 이였다. 두서없이 날 선 말을 뱉아 미안하다고 앞에 앉은 너를 보며 말하면 될 일 이였지만, 나는 알량한 내 자존심 앞에서 너에게 그 말만은 하지 못한 채 꿋꿋히 나만 생각하며 버티고 있었다.


 너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싶어 이런 건 아니였는데, 그저 함께한 시간의 깊이만큼 나를 조금 더 들여다봐주길 바랬던 것인데, 이렇게 떠난 너를 보며 그제야 내 방법이 잘못 되었음을 느꼈다. 너도 나도 똑같은 하루를 쓰며 살아가는데, 그 하루 속에서 왜 너는 당연하게 나를 더 이해해 줘야하고, 회사 일로 날이 선 나를, 울적한 나를, 무작정 받아줘야 한다고만 생각했는지- 일을 치고서 후회를 해도 소용없는 이 시점에, 나는 어리석게도 후회만 곱씹으며 울고 있었다.


 가끔 너는 나를 보며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곤 했다. 그러나 오늘은 내가 너를 만나 온 동안 처음 보는 모습을 한 채, 너는 내 앞을 지키고 있었다.



 시선은 맞추지 않은 채, 숙인 고개 사이로 깍지 낀 제 손만 만지작 거리며, 누가봐도 나와 달리 한껏 지친 모습을 감추지 못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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