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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Sep 10. 2016

11:51

 답답할때면 무작정 나와 걸었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유연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곁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걷는 걸음 걸음마다 내 고민이 눌러지길 바라며, 나는 그렇게 무작정 걸었다.


 너와 헤어진 첫날엔 모든 게 일이였다. 잠에서 깨는것도, 정해진 스케줄을 해내는것도, 홀로 움직이는 것도, 홀로임을 인지하는것도.


 많이 좋아하고 많이 사랑했던 너와 헤어졌다는 걸 주변 사람에게 말하면서도 나는 몇번이나 울컥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뭐든 처음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너와의 이별은 내가 경험한 처음 중 제일 쓰라린 처음이였다.


 하루는 난데없이 변한 너를 미워하다가도, 또 다른 날엔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그 날은 나조차도 내가 버거운 날이였다. 그저 스스로가 무거웠고, 모든 사물이 나를 멍하니 보고 있는 듯 했다. 색 없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는 듯 했다. 평소에는 홀로해도 괜찮았던 모든것들이 너와 헤어진 지금엔 정말 나를 혼자라고 가르키는 것 같았다.


 어두웠던 하루가 지나고 이틀을 삼일을 보내면서 조금 더 덤덤하고 유연해지길 바랐던 마음과는 달리 나는 여전히 모든것에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막을 수 없는 강풍에 힘없이 흔들리는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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