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 Sep 17. 2016

내겐 너

 미안하다는 한마디면 될 일 이였다. 너를 화나게하고도 알량한 내 자존심을 낮추기 싫어 나는 너에게 끝까지 미안하다는 말을 뱉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너는 나에게 사과를 재촉하지 않았고, 만나서 마주보고 앉은 자리에서도 아무일도 없다는 듯 나를 대하고 있었다. 마치 다툼이 없던 이틀 전 그 날 처럼.


 나보면 화 안나? 주문한 커피를 받아 자리에 앉는 너를 보며 나는 즉시 물었다. 유연하다못해 부드러운 너를 보며 나는 앞에 놓인 컵의 입술 부분만 매만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당하게 묻기만 하는 날 보며 너는 늘 그랬듯 웃었으니까.


 그래 너 나한테 미안하단 말 언제 할래? 마시고 있던 아인슈페너를 내려놓으며 능청스레 묻는 너를 보며 나는 눈만 깜빡였다. 미안하다는 말이 뭐가 그리 어려워서 못해. 어제는 내가 이래서 미안했어- 하고 뽀뽀 한번 해주면 다 될일을.


 태연하게 얘길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어제고 오늘이고 알량한 자존심만 세우고 있던 내가 순식간에 부끄러워졌다. 그러며 힐긋 나를 살펴보던 너는 다시 또 덤덤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반성 했잖아, 그러니까 오늘 나왔겠지. 이미 나를 알고선 가볍게 얘기하는 너를 보며, 나는 누구보다도 너를 잘 알면서도 한순간 내 감정에만 충실해 너를 까먹은 사실에 미안해졌다. 그저 내 감정만 생각하고 어떻게 말을 할까, 어떤 순간에 말을 할까- 내내 그 고민만 했던 내가 부끄러워서.


 네가 좋아하는 오빠 영화 나왔더라, 이따 보러가자. 이 상황에도 너는 여전히 내가 중요하다고 얘길하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dea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