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운을 알아보는 마음 썰미를 갖고 싶다
부동산에 관심 많고, 재테크에 일가견이 있는 과장님이 말씀하셨다.
"집을 팔려고 내놓을 땐 말이야~ 거실 벽에 훈장 하나쯤은 떡 하니 걸어줘야 효과가 있단 말이지! 아니면 승진했을 때 기념사진이라던가 임명장도 괜찮고. 그게 다 집의 좋은 기운을 말해주는 증표란 말이야. 증표! 이 방법이 은근히 먹힌다. 사람 심리는 다 똑같지. 이왕이면 돈도 모이고, 승진도 하고, 승승장구해서 나간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겠냐고. 정 안되면 사과 액자도 괜찮아. 좋은 기운이 돈을 부르고, 돈이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법이지."
종종 들었던 말이고, 나름 일리 있는 말이었다. 파라솔도 승진 임용식 사진을 A4 사이즈로 출력해 현관 입구 쪽에 걸어놨다. 집을 팔 생각도 없고 누가 와서 볼 사람도 없지만, 여하튼 그랬다.
모간의 친정엄마인 나희 씨는 자식이 다섯이다. 위로 넷은 출가하여 총 8명의 손주까지 얻었다. 자식 다섯을 키운 노하우는 대를 건너서도 이어졌다. 지극히 시골스럽고, 지극히 억척스럽지만, 지극히 따뜻한.
나희 씨는 큰 손주가 반장 선거에 나갔다가 아쉽게 낙마한 일, 둘째 손주는 친구들이 반장 선거에 나가라고 등 떠미는데도 부끄럽다며 마다한 일을 전해 들었다.
그 후 '할미 손지는 할 수 있어! 떨어지더라도 도전하는 거야.'라며 응원을 보탰다. 나희 씨는 그걸로도 부족했는지 기어코 대대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손지들, 할미가 공약한다. 어느 손지든 간에 학교에서 반장해오면 5만 원, 부반장 해오면 3만 원을 용돈으로 주겠다. 남자든, 여자든 구분 없다. 할미 손지들은 어디 가든 당당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느니라."
어랏, 진짜 세 명이나 학급 임원을 맡았다. 반장, 부반장, 부반장. 거기다 큰 형은 전교 회장 선거에서 아쉽게 낙마했지만, 나희 씨 말처럼 도전하는 데 성공했다. 애지도 한몫해서 부반장이 되었다.
나희 씨는 며칠 후, 택배 상자 귀퉁이에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꼬개꼬개 넣어 보냈다. 반찬과 더불어, 멋지게 용기 낸 애지에게 보내는 할머니의 선물이라면서 말이다. 나희 씨의 주머니 사정은 어려웠지만, 넉넉한 마음만큼은 묵직했다.
자식이 많고 가난해서, 하고 싶다는 공부 원 없이 못 시킨 죄,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다 해주지 못한 죄, 죗값을 치르듯 제 살을 깎아 기어코 사랑을 물려주신다. 그 죄스러움까지 사랑이었음을, 정작 모른 채.
모간은 나희 씨가 주신 5만 원짜리 지폐를 곱게 손 다림질해서 현관 입구에 걸려 있던 액자 속에 넣었다. 아직 돈에 무관심한 애지도 찬성했다. 파라솔의 승진 임용식 사진 바로 옆에, 보란 듯이 내걸었다.
훈장보다 값진 '좋은 기운'이 집 안 한 가득 들어찼다. 노란 신사임당은 '넌 무엇이든 될 수 있다!'며 훠이 훠이 큰 바람을 일으켜주겠지.
그렇게 '작은 가능성'이라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증표가 되어 보다 더 행복한 길로 우리를 이끌겠지. 나희 씨의 유산을 받들어, 진짜 좋은 기운을 알아볼 수 있는 마음 썰미를 갖추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