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인문학] 이 느낌 알죠?

가슴으로 느끼는 '너와 나의 흔한 마음'

by 모간

# 이 느낌 알죠?


(코로나 전) 일곱 살 어른 중지와 함께 등원하던 길이다. 중지는 매주 어린이집에서 인근 산으로 숲 체험을 떠난다. 그 맛에 어린이집을 다닌다는 중지는 숲 해설가 선생님이 하시는 말을 한마디도 놓치는 법이 없다.


중지 : 엄마, 어제 대모산에서 날개 있는 개미가 죽은 거 봤어요.

모간 : (금시초문인 것처럼) 개미도 날개가 있어?

중지 : 네, 여왕개미예요.

모간 : 아, 이제 애기 다 놓고, 자기 할 일 다 해서 늙어서 죽었나 보다.

중지 : (강하게 부인하며) 아니에요. 그러면 너무 슬프잖아요.

모간 : 왜?

중지 : 그 말은 너무 슬퍼서 안돼요.


이 느낌 알죠? 말 안 해도 가슴 먹먹하게 들어차는 이 기분, 우리는 조금 더 힘을 주어 껴안았다.



# 구름 이불


겨울 하늘을 뒤덮은 하얀 구름을 보며 일곱 살 어른 중지가 말했다.


중지 : 엄마, 구름이 이불 같아요. 근데 옆으로 움직이죠?

모간 : 어 그렇네. 점점 움직이네. 오늘따라 속도도 빠른 것 같아.

중지 : 그건 누가 이불을 서로 덮겠다고 밀고 당겨서 그래요.


이 느낌 알죠? 힘껏 당기다가도, 사랑하는 이에게 넉넉히 내어주기 위해 힘을 빼는 마음. 추운 겨울밤, 우리는 따뜻한 솜구름을 한바탕 밀고 당기고 난 후 포근히 잠들었다.



# 화장실 한 칸


할머니 댁으로 향하는 길, 횡성휴게소에 들렀다. 겨울이었고, 밤이었다. 차에서 내림과 동시에 대관령의 찬 기운이 엄습했다. 오들오들 떨며 화장실로 분주히 향했다. 우리는 화장실 한 칸에 함께 들어갔다. 좁았지만 서로의 온기는 미미하게 힘이 되었다. 애지는 급하다고 했지만 모간은 기어코 먼저 볼 일을 봤다.


모간 : 애지야, 엉덩이 차갑지?

애지 : 어 엄마, 너무 춥다.

모간 : 근데 엄마가 데워놨어. 이제 괜찮아.


이 느낌 알죠? 사람이 데운 온기는 금세 식지 않는다는 것을, 그 찰나의 온기는 기어코 우리 마음까지 데운다는 사실을요. 모간은 이런 순간순간을 영원처럼 기억하려 애쓴다.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이런 찰나들이 삶을 살아내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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