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시를 낭송해 보았어요. 아내에게 한번 시를 낭송해 보자고 하니 쑥스러워하더라고요. 며칠 전에 딸과 함께 시를 읽어보았다고 하니 '어? 정말?' 하면서 조금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래도 자신은 오글거리는 게 싫다면서 손사래를 치기에 "여보오오오옹~~" 하니 약간 선심 쓰듯 해 주었습니다.
아내에게 시를 마지막으로 낭송해 본 때가 언제였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시는 눈으로 읽는 것이지 왜 소리 내어 읽냐고 해서, 저는 낭송하면 시가 주는 느낌이 더 잘 다가온다고 했어요. 다들 그랬습니다. 학창 시절 친근하게 시와 만나는 경험이 없었습니다. 정답을 외워야 하는 시 공부였죠. 어쩌면 지금도 학교에서 아이들이 저희 세대가 만났던 방식대로 시를 배우지 않을까 하네요.
아내가 드디어 시를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저는 아내가 빠르게 시를 읽을 줄 알았어요. 제 예상을 깨고 아내는 맑은 소리로 천천히 낭송하였습니다. 오글거려 싫다고 하면서도 시를 낭송한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았습니다. 시를 읽는 목소리가 따듯했습니다. 아내가 시를 또 읽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느끼하고 오글거리는 느낌을 못 견뎌해서요. 아내가 시를 읽는 시간을 그래도 기다리고 싶습니다. 시를 시답게 만나는 연습을 하면 아내가 시를 만날 때 조금은 덜 어색하지 않을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