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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Jul 10. 2021

카톡 중 기분이 나빠진 이유는?

몇 주 전에 있었던 일이다.     


저녁 11시 30분.

주말에 만나기로 했던 동기 언니에게서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언니 : 서진아, 다음 주에 우리 만날 때, 민호 오빠랑 현석이 오빠도 같이 만날까? 지금 같이 술 마시고 있는데 너랑 만난다고 하니까 같이 보자고 하는데, 어때?     

내용은 간단했다. 그리고 내가 언니에게 보낸 답도 간단했다. 

  "네, 언니~ 좋아요^^"


언니에게 받은 카톡 1개, 내가 보낸 카톡 1개... 각자 한 마디씩 주고받은 짧은 대화가 끝났다.

그런데... 괜히 기분이 나빠졌다. 

한 침대 위, 내 옆에 옆에(내 옆자리는 항상 아들~) 누워서 잠은 안 자고 한 시간 넘도록 유튜브만 보고 있는 남편에게 카톡을 보여줬다.


  "오빠, 이 문자 보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얘기해줘~"

  "아~ 나 이거 봐야 되는데 ㅠㅠ 이 짧은 대화를 보고 꼭 어떤 느낌이 들어야 돼?"

  "아, 쫌! 제대로 좀 봐봐!"

  "음... 동기 언니랑 오빠들하고 다 같이 만나니깐 좋겠네. 왜?"

  "어이구~ 오빠가 내 섬세한 마음을 알 리가 있나. 보던 거나 마저 봐!"

  "뜬금없이 먼저 말 걸어놓고선, 나는 네가 뭔 말을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잠이나 자라!"


주어진 일과를 마무리하고 내 옆에서 잠자고 있는 아들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잠들려던 내게 언니가 준 감정은 '서운함'이었다. 물론, 언니도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언니가 말했던 오빠들은 동기, 같은 조원들이었다. 다 같은 조원...이라고 항상 다 같이 만나야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난 그들이 만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분명히 내가 속해있는 단톡방에선 그런 대화 내용이 없었으니깐... 10명도 안 되는 조원이라 친하게 지내자며 항상 좋은 말만 오고 가던 단톡방이었다. 그런데, 언니의 그 짧은 문장으로 인해 '내가 속해 있지 않는 또 다른 소그룹 단톡방이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게 됐다.


그리고 수년 전, 조리원 동기들로부터 받았던 상처가 떠올랐다.

(직접적으로 상처를 준 사람은 없지만, 나는 상처를 받았다고 기억한다.) 

둥이를 낳고 며칠간 지냈던 산후조리원은 시설과 프로그램이 좋아서 당시 산모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만큼 비용이 비쌌지만 1주년 기념 프로모션 행사, 30% 할인권에 당첨돼 운 좋게 그 조리원에 갈 수 있었다. 출산 후 초췌한 모습, 수유하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서 알게 된 언니들과 난 자연스레 친해졌다.

퇴원 한 달 후 몸조리가 어느 정도 됐다고 여겨진 우리들은 기다렸던 '조리원 첫 동기모임'을 하기로 했다. 약 20일 정도 서로의 사생활을 다 보며 허물없이 지냈던 언니들이었는데 조리원 퇴원 후, 커피숍에서 만난 언

니들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벤츠, BMW, 아우디... 온갖 외제차를 타고 온 언니들과 마티즈를 타고 간 나! 뭔가 달라 보였다. 

생활수준의 차이가 컸지만 '아이'라는 인생 최대의 관심사가 있었기에 2년 정도 만남은 유지됐다. 갓난아이 엄마들의 모임답게 주로 집에서 많이 만났고, 자연스레 남편들과 친해지게 되면서 부부동반 모임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1년에 해외여행을 3~4번을 다니고(비즈니스 석으로), 호텔 수영장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언니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은 우리 집 형편에는 불가능했다. 특히, 남편들끼리 동남아로 골프여행을 몇 번 갔었는데 골프를 쳐본 적 없는 남편은 늘 제외됐었다. 그렇게 내가 속했던 단톡방 대화 횟수는 서서히 줄어들었다. '나만 빠진 다른 단톡방'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복직 후 일한다고 바쁜 나를 위한 언니들의 배려였겠지만 나뿐만 아니라, 남편도,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들까지 소외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속상했다. 그 '속상함'은 1년을 쉬고 복직 해, 업무에 집중해야 됐던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결국 조리원 언니들에게 '이별?'의 메시지를 보내고 단톡방을 나왔다. 전화번호도 차단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유독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이 불편하다.

약속은 최소 2~3일 전까진 예정돼 있어야 하고, 갑작스러운 약속에는 익숙하지 않다. 마치 내 시간을 빼앗기는 것 같다. 친구들도 이런 나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서진아, 뭐해? 심심한데 잠시 볼래?'라고 묻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사람과의 만남을 꺼린다고 해서 애초부터 내가 제외된 모임의 존재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말하기에 치사하고, 아무도 묻지 않았기에 입을 다물뿐이다. 서운한 건 서운한 것이다.

꼭 알아야 하는 것만 알고 싶다. 나를 제외한 동기들이 밤늦게까지 놀만큼 친밀한 관계라는 사실은 굳이 알고 싶지가 않았다.


뒤척거리는 내게 남편이 툭! 한마디를 던진다.

  "어차피 나오라고 해도 너는 안 나갔을 거잖아. 자꾸 생각하지 말고, 네가 제일 사랑하는 아들 꼭 안고 자!"

  "누가 뭐래?"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역시 내 남편이구나!' 싶었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들여봐 주는 사람이 있구나...'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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