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대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네 고민을 충분히 견뎌 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 <미생> 제8국 -
운동은 나와 관계없는 것이었다.
결혼하기 전까지 운동을 했지만 건강을 위해 자의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엄마가 시켜서 할 수 없이 했거나 건강보다는 다이어트를 위해 했다. 동기부여가 약했기 때문인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았다.
휴직 중일 때는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그다지 이룬 게 없는 현실. 더 이상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게 아무 의미 없이 느껴졌다. 가만히만 있고 싶었다.
그렇게 운동을 안 해도 되는, 할 수 없는, 건강한 몸을 갖지 않아도 되는데 오만가지 핑계를 대며 마흔이 넘었다.
운동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은 2023년 6월, 일주일 동안 뇌질환센터에 입원한 후부터다.
인간으로 태어나 병들어 아프고 죽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생이 마지막을 내 눈으로 직접 보니 처참했다. 의지대로 이동할 수 없는 삶, 뇌기능 이상으로 배변활동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삶은 서글프고 비참했다.
6인실 병실에 입원했는데 나를 제외한 모든 분은 할머니들이었고 대소변을 누워서 보셨다. 아들, 딸, 간병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할머니들. 성인용 시저귀를 침대 밑에 쟁여놓고 그것도 부족해 방수패드를 깔고 계시는 할머니들. '건강'이란 '입고 싶은 옷을 예쁘게 입을 수 있는 몸매' 정도로 여겼던 내게 충격이었다.
건강은 사람을 자유 의지대로 살 수 있게 하고 인간 존엄성을 보존하는 것이었다. 매우, 가장 중요한 것!
그리고 드라마 '미생'의 대사처럼, 내가 일을 하다가 무너지고 실수 후 복구가 더딘 이유가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아서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었다. 쉽게 인내심이 떨어졌고 피로감을 견디지 못해 일상생활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라는 말은 옳았다.
건강한 삶을 위해 반드시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몇 달간 체육센터에서 '요가'와 '필라테스'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특정요일, 특정시간에 반드시 운동을 해야 된다는 게 정신적으로 압박됐다.
조금 더 내게 맞는, 자유로운 운동을 찾던 중 트레이너 어플 '런데이'를 보게 됐다.
2022년 봄, 30분 달리기에 도전했지만 갑자기 수술을 하게 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과 다르게 '자유롭게 걷기' 프로그램이 있었다.
30분 달리기 프로그램과 비슷하게 보통속도 걷기, 빠르게 걷기, 최고속도 걷기를 번갈아가며 인터벌 운동이 가능했다.
어느덧, 운동을 시작한 지 벌써 3주가 지났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걷고 들어 와 샤워하면 딱 6시다.
새벽에 일어난 김에 글도 적고 싶고 책도 읽고 싶지만 '건강'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우선 건강한 몸을 만들기로 했다.
서울 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님의 말씀처럼 운동을 하는 데 사용된 시간은 '인지활동을 할 수 있는, 건강하고 질 높은 시간을 더 버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곧 선선한 가을이 될 테고 달리기가 아닌, 걷기인 만큼 발목과 무릎에 부상이 생기지도 않을 테니 앞으로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한 달이 되고, 두 달, 백일이 되면 내 고민을 충분히 견뎌 줄 튼튼한 몸이 되겠지?
진심으로 건강해지고 싶다. 몸도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