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곤충

by 이서진

'에리니옵시스 람피리다룸'이라는 곰팡이가 있다.

이 곰팡이는 암컷 딱정벌레의 몸에 들어가 죽인 후 그 몸을 자신의 숙주로 만든다.

곰팡이는 암컷의 몸을 부풀리게 해 수컷을 유혹하고 짝짓기를 위해 다가선 수컷을 다시 감염시킨다.


위 딱정벌레처럼 생명과 의식을 곰팡이에게 내어준 후, 자신을 갉아먹은 곰팡이의 숙주가 돼 곰팡이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곤충을 '좀비곤충'이라고 한다.


흔히 잘 아는 귀뚜라미, 메뚜기, 사마귀 등도 연가시와 같은 기생충에 의해 좀비곤충이 될 수 있다. 곤충의 영양분을 빨아먹고 성장한 기생충은 숙주인 좀비곤충을 물속으로 뛰어들도록 조종한다. 좀비곤충이 물에 빠져 죽으면 곤충의 몸에서 빠져나온 기생충들은 물속에 알을 낳고 번식한다.


나는 가끔, 내가 좀비곤충처럼 느껴지곤 한다.

난 분명히 살아있고 의지대로 움직이지만 그것이 정말 자아에 의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학업 수준과 경제적 형편에 맞는 적당한 직업과 배우자, 라이프 스타일, 교우관계, 심지어 나의 생각마저도. 마땅히 그렇게 될 것이라는 사회적 기대에 따라 짜인 것 같다.


기생충이나 곰팡이처럼,

보기에 혐오스럽지 않고 위험하지 않아 내 옆에 놔두기로 결정한 기대치와 사회적 문화,

요한 하리의 책에 나오는 목적을 가지고 나의 몰입을 빼앗는 SNS, 스마트폰과 같은 테크 등이

나를 삼켜버린 것 같다.


나는 올해 주변 사람의 걱정을 무릅쓰고 질병 휴직을 냈다.

나는 좀비곤충이 아니니까, 정해진 길을 벗어날 수 있는 사람임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휴직 후 운동과 독서를 반복하는 일상을 살고 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초월적 존재에게 조정당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곤충을 숙주로 만드는 곰팡이와 같은 유전인자가 이미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곤충이 곰팡이를 피할 수 없었듯 나도 뭔지도 모를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이미 제정신을 뺏겼는지도 모른 체 몸만 움직이는 게 아닐까?


내가 숙주라면, 피해자는 내 아들 둥이일 텐데.

지난주 둥이가 지적 장애인 판정을 받을 만큼 지능지수가 낮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2년 전 검사 때는 경계성 지능이었는데, 보통 아이가 클수록 지능이 낮아진다고 한다.


이미 나는 좀비곤충이었다. 물에 뛰어들기에도 이미 늦어버린.






* Pixabay로부터 입수된 Gerd Altmann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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