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언제든지 믿을 수 있는 좋은 사람.
할머니 : 아까 그 사람 누구야?
지안 : 회사사람.
할머니 : 좋은 사람 같아. 좋은 사람이지?
지안 : 잘 사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 되기 쉬워.
<나의 아저씨>
지안의 말처럼 잘 살면 좋은 사람이 되기 쉽다.
돈이 많으면 여러모로 유리할 것이다.
품위 있는 옷차림, 근사한 식사대접. 좋은 집, 차, 옷, 핸드백 등 환심을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테니.
하지만 돈으로 얻은 환심과 신뢰는 물질적 공급이 끊기면 사라지기 쉽다.
그러니까 잘 사는 사람이 되기 쉬운 건 '잠시' 좋은 사람일 뿐이다.
오히려 '잘 사는 사람은 좋은 사람 되기 쉽다'는 자본주의 논리를 알고 있는 지안이야 말로 현명하고 좋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나쁜 사람'은 누굴까?
살인, 강도, 사기 등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일까?
아니다. 나쁜 사람은, 그것도 아주 나쁜 사람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일 수 있다.
"어딜 가든 사람들은 썩었어. 형편없는 사람들이지. 아주 나쁜 사람들을 보고 싶어? 평범한 사람을 상상 이상으로 성공시켜 놓으면 돼. 뭐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때 그 사람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법이거든."
- 이민진, <파친코> -
사회성이 무난한 어떤 사람은 어쩌면 본모습이 착해서라기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용기가 없기 때문일 수 있다. 착한 게 아니라 단지 본성을 드러내도 될만한 사회적 위치가 아닌 탓에 타인을 배려하는 척, 하는 위선적인 사람. 내면과 행동이 따로 노는 사람. 자신을 속이는지조차 모르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기만하는 사람.
나쁜 사람이다.
욕구를 참지 않아도 되고 타인의 비위를 맞추지 않아도 될 자리에 섰을 때 배려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아우슈비츠를 세운 건 괴물이 아니라 학문과 예술을 사랑한 보통의 독일인이었다. 그러므로 아우슈비츠는 언제 어디서나 생겨날 수 있다. 때로 우리 집도 아우슈비츠가 된다. 왜 그래야 하느냐고 따지는 아이에게 '엄마 방식을 따르지 않으려면 딴 데 가서 살아'라고 말하는 나. '이곳에 이유 같은 건 없어'라고 말하는 수용소 감독자의 말과 똑같지 않은가.
- 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보통의 사람이 괴물이 될 수 있다니. 아들에게 겁을 주는 나는 이미 괴물이었다니.
더 이상의 괴물이 되지 않고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자신 안에 있는 좋은 것을 발견하고, 그 좋은 것이 밖으로 나오게 함으로써만 좋은 인간이 될 수 있다.
- 에크하르트 톨레,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내 안에 있는 좋은 것들이 있다고 하니 다행스럽지만 모처럼 좋은 사람이 돼 보자, 했는데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니 힘이 빠진다. 많이 움직이고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말과 다를 게 없는듯한 방법 같고 내 안에 좋은 것이 별로 없다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먼저 자기 몸을 바르게 가다듬은 후 가정을 돌보고, 그 후 나라를 다스리며, 그런 다음 천하를 경영해야 한다는 뜻 안에 삶의 진리가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결국 답은 '나'다. 내가 바뀌어야 된다.
* Pixabay로부터 입수된 Myriams-Fotos님의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