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우울증이란 늪에서 나를 꺼내줄 사람을 기다린다.
바로, 남편이다.
병원 가는 날 말고는 거의 집에 있기 때문에 남편과 늦은 밤 산책이 그날 나의 첫 외출이다.
한 시간 정도 걷고 와도 저녁 10시 전이면 집에 도착한다.
남편이 야근을 하거나 저녁 모임이 있으면 걷지 않고 집에서 쉬는데 그런 날은 이상하게 더 피곤하다.
저녁 8시만 되면 잠이 쏟아져 아들보다 일찍 잔다.
그래서 남편은 가능한 집에 일찍 오려고 노력한다.
반려견을 산책시켜야 되는 주인처럼 의무감을 갖고 나를 산책시켜 준다.
처음엔 걸으면서 얘기하는 게 숨이 차고 힘들었는데 이젠 빨리 걸으면서도 대화할 수 있게 됐다.
체력이 좋아졌나 보다.
더울 때 걷기 시작했는데
남편과 걷는 날이 하루, 이틀 쌓이다 보니
가을이 됐다.
밤이라서 제법 춥기까지 하다.
걷고, 걷고. 또 걷는다.
손잡고 걷다가 빠르게 걸을 땐 따로 걷지만
어쨌든 같이 걷는다.
지금은 잠시 멈췄지만
원래 있던 나의 길로 돌아가기 위해
걷고, 또 걷는다.
남편과 함께 걷던 추억이 남았으니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