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완성

by 이서진

가을은 글쟁이들이 가장 기다리며, 두려워하는 계절이다.

브런치 공모전을 비롯, 신춘문예와 각종 공모전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어제 단편소설 한 편을 마무리했다.

마무리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겨우 초고를 적었을 뿐이지만 잠시 혼자 뿌듯했다.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모니터를 보고 탈고하긴 어려워 프린트가 있는 동네 스터디카페를 찾았다.

원고지 82페이지 분량을 인쇄하는데 700원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열 번은 탈고하라고 하던데. 7,000원을 들이기엔 아까운 것 같아 삼색 볼펜을 적극 활용하기로 한다. 검은색으로 한번, 파란색으로 또 한 번, 빨간색으로 한번 더.


신춘문예, 각종 문학상 수상작 모음집을 자주 읽는데 그중 어느 작가님의 수상소감이 인상적이었다.

단편소설 300편을 적었다고, 당선되지 않아 포기하려고 했는데 당선이 됐다고.

글을 계속 적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다고 기쁘다고 적혀 있었다.


내가 쓴 단편소설은, 이번에 완성한 단편소설까지 겨우 네 편이다.

그것도 단편소설이라기엔 많이 부족한, 그저 나름의 끝맺음을 한 글.

그 당선소감대로라면 나는 아직도 열 배는 더 노력해야 될 것이다.

힘들어서 포기할 수도 있다. 포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일상에 치여 서서히 잊게 될까 봐 두렵다.

꿈을 포기하는 것과 잊는 것은 다르니까.


KakaoTalk_20231026_101238599.jpg 내가 다니는 스터디카페

매주 목요일 오후에 심리상담치료를 받는데 그 건물 바로 아래층에 스터디카페가 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도 독서와 글쓰기가 가능하지만 흐름이 자주 끊긴다. 정리, 청소할 것들이 눈에 계속 보이고 넷플릭스도 한몫한다. 폭신폭신한 소파도. 청소를 끝내고 소파에 앉아 잠시만 쉬자는 다짐으로 TV를 보지만 그때부터 쭉 TV를 켜놓게 된다. 어찌나 볼 게 많은지. 정주행 할 드라마도 많고 복습해야 할 드라마는 더 많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 오전, 책과 글에 몰입하기 위해 스터디카페를 간다.

나는 항상 같은 자리에 앉는다. 하필이면 44번 좌석을 난 좋아한다.

똑같은 공간, 정해진 시간이라 그런지 한번 본 사람을 자주 본다. 나는 아는데 인사할 수 없는 사람들.

9시 전에 오면 사람이 거의 없는데도 항상 먼저 와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 남학생, 수험생 같은데 꼭 합격하기를.

두 번째, 9시 30분쯤 오는 검은 벙거지 모자를 쓴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항상 노트북으로 뭔가를 적고 있어서 브런치 작가나 소설가 지망생이 아닐지 궁금하다.

그리고 10시쯤 오시는 아저씨. 사모님의 구박을 피해 오는지 신문을 펼쳐놓고 읽거나 스마트폰으로 스포츠 중계를 주로 보며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마시후엔 어디론가 사라져 한 시간 후에 들어오신다.


'숙제하자~'하면 그때부터 갈증을 느끼고 소변을 누고 싶다는 아들 둥이처럼 나도 물을 마시려고, 화장실 가려고 자주 왔다 갔다 한다. 왔다 갔다 하며 보니 오늘은 공인중개사 문제집이 많이 보인다. 이번 주말에 공인중개사 시험이 있다더니 다들 집중모드다. 모두 합격하기를.


다시, 소설 이야기로 돌아가서.

신춘문예 당선자 명단을 보고
(젊은 명여) 난 있잖아. 이런 거 진짜 우스워.
(젊은 윤택) 뭐가?
(젊은 명여) 어차피 여기서 내가 제일 잘 쓰잖아.
(젊은 윤택) 응?
(젊은 명여) 내가 제일 잘 쓰는데 저기서 당선되면 뭐 해. 결국 내가 다 이기는데. 아니야?
-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제14화 -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드라마 주인공인 해원과 은섭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소설가 명여와 편집자 윤택의 사랑이 더 와닿았다. 신춘문예를 우습게 여길 정도의 천재 소설가 명여의 능력이 참 부럽다.


하지만 난, 천재도 준재도 아닌 둔재니까. 그저 열심히 꾸준히 쓸 수밖에.

신춘문예 세 곳에 응모하는 게 올해 목표였는데, 지금은 한편이라도 마무리하면 감사할 것 같다.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열심히 적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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