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서진 Oct 31. 2023

지하철

이른 아침, 지하철을 타면 서민의 삶을 알 수 있다.


빠르게 걷기만 하는 사람들

그렇게 빨리 걸어 도착할 곳이

결국 답답한 사무실이라는 것을 알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기 위해

지하철 좌석에 앉기 위한 종종걸음.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서 있지 못한다.

자동으로 올려 주는데도 더 빨리 올라가려고

좁은 공간을 아등바등 올라간다.


갑자기, 사람들의 이동이 멈췄다. 

출근시간에 보기 힘든 광경.

사람들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원인은 구부정한 할머니였다. 아니, 고장 난 엘리베이터였다.


보행 보조기에 몸을 의지한 채 한 발짝 떼고 또 한 발짝.

터질 것 같이 급하게만 돌아가던 시계가

할머니의 느린 발걸음에 멈춘 듯했다.


사람들은 누구 하나 재촉하지 않고

할머니가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기다렸다. 

느림과 약함이 빠름과 강함을 멈추게 한 것 같았다.


할머니가 무사히 올라가시자 

마법이 풀린 것처럼 세상은 다시 빠르게 돌아갔지만

잠시 머문 여유와 배려로 사람들의 마음은 따뜻해졌다.



이전 02화 좀비곤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