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서진 Jul 07. 2024

아들을 학대하는 엄마

  - 이 정도면, 아동학대라고 봐도 됩니다.

 저 말을 처음 들은 건, 2년 전 소아비만전문의에게서다.

그 후 나는 그 병원을 다시는 가지 않았다.


 올해 5학년인 둥이의 몸무게는 90kg! 

2년 전엔 그 보다 날씬(?)했던 75kg이었다. 내게 팩폭을 날렸던 소아비만 전문의는 사실, 매우 양심적이었다. 선생님은 둥이에게 식욕을 감소시키는 약을 처방하거나 비싼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권유할 수도 있지만 식습관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식사일기를 권유했다. 진료 때마다 선생님은 우리 모자가 적은 식사일기를 매번 체크해 줬다. 빨간펜을 쥐고서. 라면,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비빔면 등 먹으면 안 되는 메뉴에 줄을 치고 경고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둥이와 내겐 식단일기는 먹은 것을 기록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선생님은 진료 전 미리 잰 몸무게를 보더니 갑자기 둥이 손목을 잡고 진료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선 둥이를 체중계 위에 세웠다. 선생님은 진료 기록지에 적힌 둥이의 체중을 믿을 수 없었던 거다. 선생님은 둥이의 몸무게를 확인하자 말자 로비에서 내게 화를 냈다.

  - 어머니, 이 정도면, 아동학대라고 봐도 됩니다.

 로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둥이와 나를 쳐다봤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가 아동학대자로 몰렸다는 수치심보다 사실을 들켜버린 것 같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며칠 전. 천식 진료를 하던 중 선생님은 내게 말씀하셨다.

  - 어머니, 체중이요! 지난번에 말씀드렸잖아요. 체중이 늘면 호흡이 힘들어져요.

치료를 받은 후 둥이의 공부방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 어머니, 공부도 중요하지만 이번 여름에 둥이 10kg은 꼭 빼게 해 줍시다. 정말 큰일 나요. 제가 공부방에서 간식을 안 주고는 있지만 평소 식습관이 중요한 거, 아시죠?

마음이 무거웠다. 가슴에 돌덩이가 얹어진 것 같았다. 마음의 무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데 상담 내용이 궁금했던 친정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 그것 봐라. 둥이 진짜 위험하다니까. 너도 계속 살만 찌고. 둘이 진짜 어떻게 할래. 운동을 하고 저녁을 먹지 말라고.


 엄마랑 통화 후 나는 주방으로 갔다. 내열용기에 냉동 만두를 넣고 물을 조금 넣은 후 전저레인지에 돌렸다. 냉동만두가 물만두가 될 동안 라면을 끓였다. 나는 라면 한 개와 물만두 한 봉지를 한 순간에 먹어치웠다. 와구와구 욱여넣으니 화가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조금 부족했다. 달기로 유명한 스타벅스 캔커피를 두 캔 마셨다. 휴...... 화는 가라앉았지만 죄책감과 짜증이 몰려왔다.


 얼마 후, 둥이가 집에 왔다. 헉헉거리며 땀을 줄줄 흘리는 둥이가 안쓰러워 에어켠을 켰다. 이렇게 더운 여름에 저 육중한 몸을 이끌고 온다고 고생했구나, 싶었다.

  - 둥아, 오늘도 학교에서 즐겁게 잘 보냈어?

 둥이는 말이 없다. 내가 밖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듯, 둥이 역시 누군가에게서 서운함을 느꼈나 보다. 둥이는 내 행동을 말없이 따라 한다. 냉동실에서 티코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고 봉지라면을 꺼내더니 가위 손잡이로 라면을 부순다. 라면땅을 먹으려나보다. 나는 감히 먹지 말라는 말을 할 수 없다. 다만,

  - 둥아, 손 씻고 먹어. 천천히......


 오전에 깜빡하고 먹지 못한 약을 입에 넣었다. 물을 마신 후 침대에 누웠다. 둥이는 양손 가득 먹을 것을 갖고 와선 소파 앞에 앉는다. TV로 유튜브를 보며 웃는다. 둥이의 다친 마음이 이제 풀린 것일까. 나는 눈을 감는다.


 나는 오늘도 아들을, 나 스스로를 학대했다.


 





이전 03화 나를 위로하는 질병, 분류코드 F9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