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의 질문노트] '사는 이유', '마케터의 일' 저자 장인성
'이승희의 질문노트'
일상에서 떠오른 질문들을 적은 질문노트가 있다. 쭉쭉 써 내려갈 때도 있지만 어떤 실마리도 찾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 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괜히 조급해질 때면 다른 사람에게 묻고 싶어 진다. 평소에 늘 자신만의 질문을 품고 있는 ‘질문 있는 사람’에게. 그들의 답이 나의 답이 될 수는 없지만, 좋은 방향타가 되어줄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합니다. 이 시대의 ‘질문 있는 사람’에게 묻는, 이승희의 질문노트.
지난주 금요일, 《질문 있는 사람》과 《( ) 사는 이유》(장인성 지음, 북스톤) 출간을 기념해 '숭문장답'이라는 행사를 치렀다. 말 그대로 '숭이 묻고 장인성이 답한다'는 컨셉으로, 나의 질문, 독자들의 사전질문, 현장질문을 인성 님께 마구 물어볼 수 있었다. 밸런스 게임 같은 질문에 애써 답하는 인성 님께 "그래서, 하나만 고른다면요?"라고 짓궂게 물어볼 수 있었고, 우리 각자의 책 제목을 서로에게 질문해 달라는 현장 질문 덕에 미처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질문도 해볼 수 있었다.
매 순간이 그 자체로 가치 있었지만, 순간의 즐거움을 떠나 과거부터 지금까지 내 삶의 '일' 전반을 돌아볼 수 있었던 건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인성 님과는 일로 만났지만 이제는 삶을 이야기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 오랜 시간이 담긴 질문과 답변을 여기에 기록해 둔다.
"일의 핵심,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Q. 사회초년생이었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장 : 저는 일을 하다 보니까 일이 재미있어졌어요. 그래서 우선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성장하는 것 같아요. 그러려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두는 게 중요하겠죠.
숭 :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을 못 만나면 어디서 만나야 하나요?
장 : 이런 북토크 자리에서요. (웃음)
Q. 스트레스 많이 받고 최고의 결과물 vs. 스트레스 없이 그저 그런 결과물, 둘 중 하나를 고르신다면 어떤 것을 고르시겠어요? 그 어떤 것도 선택하기 쉽지 않지만, 오늘을 기준으로 하나만 골라주세요!
장 : 어떤 게 '맞다, 옳다'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때그때 다를 것 같아요. 어떤 프로젝트는 끝까지 하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을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요? 모든 프로젝트를 끝까지 밀어붙이면서 할 수는 없으니까요. 에너지가 너무 떨어져 있는, 힘겨운 상태로 파도를 굽이굽이 넘길 수 없으니까요.
숭 : 그래서, 하나만 고른다면요?!
장 : 두 번째요.
숭 : '그저 그런 결과물'을 내겠다고 고르신 거네요. (라고 답했지만, 끝까지 해본 사람이 할 수 있는 대답이라 생각했다.)
Q.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무엇이 먼저일까요?
장 : 아, 이 질문은 명쾌한 답이 있어요. 잘하는 일을 해야 재미있어요. 잘하는 일을 하다 보면 좋아져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서툴고 힘들어도 너무 재미있어서 하지 않나요? 즐겨서 하다 보면 잘하게 되죠.
잘하는 일이지만 내가 자괴감이 들고,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죠. 좋아하는 일이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실력이 안 늘 수도 있고요. 두 가지가 다 안 되는 것은 포기해야 해요. 둘 중에 하나는 꼭 해야 해요.
정리하자면, 잘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고요, 잘하는 일도 아니고 좋아하는 일도 아니면 과감하게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숭 : 잘한다는 건 어디서 알아챌 수 있나요?
장 : 스스로 알 수도 있지만 주변에서 알아채주기도 합니다. '저 사람하고 일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거죠. 잘하는 일도 아니고 좋아하는 일도 아니면 과감하게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삶을 잘 살고 싶어서, 일을 잘하고 싶다"
Q. 일 잘하는 워커 vs. 일 잘하는 마케터
장 : 처음의 저는 일 잘하는 마케터로서 스킬을 키우는 것에서 시작했어요. 지금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터든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든 기업이나 사람들이 현재 갖고 있는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많은 일이 ‘끝’에서는 통하는 것이고요.
숭 : 제가 이 질문을 하게 된 계기는 한 동료를 보고 떠올랐어요. '일은 잘하는데 마케팅을 잘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이 질문의 답변으로 후자를 택했는데, 인성 님 이야기를 들으니까 '워커'를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네요.
마케터든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든 기업이나 사람들이 현재 갖고 있는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Q. 일과 삶의 균형은 어떻게 잡나요?
숭 : 어떻게 일과 삶의 균형을 잡는지 많은 분들이 사전질문을 해주셨는데요, 저는 분리하지 않으면 균형을 잡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장 : 비슷한데요. 일이 잘 되는 게 내 삶의 일부이고, 이 경험을 가지고 좀 더 나아지는 게 내 삶이기도 하죠. 일과 삶이 일치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비슷한데요. 일이 잘 되는 게 내 삶의 일부이고, 이 경험을 가지고 좀 더 나아지는 게 내 삶이기도 하죠.
숭: 업의 특성도 있을 것 같아요. 마케터는 일의 특성상 일과 삶이 잘 분리되지 않는 편인 것 같고요.
장 : 사람을 이해하는 게 우리 일의 특성이죠. 그런 고민을 평소에도 늘 들여다보고 생각해야 하니까 잘 분리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고요. 그런데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이렇게 책도 쓸 수 있습니다?!
Q. 직업인 이후의 삶은?
숭 : '직업인 이후의 삶‘이라는 건 '은퇴 이후의 삶'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제가 회사를 퇴사했다고 해서 일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저보다 은퇴 이후의 삶에 좀 더 가까운 인성 님께서 답변하시기 좋을 것 같네요.(웃음)
장 : 저도 직업인 이후의 삶을 고려하지 않아요.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린 120살까지 사니까요, 60세 이후에도 일을 하죠. 저는 60이 얼마 안 남았는데, 우리가 어렸을 적 봤던 60대 분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 거라 생각해요. 지금 우리 사회만 봐도 50에 가까운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더 많아요, 제가 일을 더 오래 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이미 주어진 셈이죠. 직업인 이후의 삶이라.. 제가 아파서 그만두지 않는 한 계속 일을 하겠죠?
나아지는 것은 쉽게 알 수 없는데
나빠지는 것은 쉽게 아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나빠지는 게 없으면 나아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어제보다 오늘 내가 좀 더 나아졌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장 : ‘알 수 없다’, '알기 어렵다'는 게 제 답변입니다. 그건 '다이어트할 때 매일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과 같아요. 매일 몸무게를 재긴 하지만, 어제와 다르다고 해서 정말 달라진 게 아닐 수도 있잖아요. 전날 술을 마셨거나 몸 컨디션에 따라 갑자기 체중이 일시적으로 달라질 수도 있고, 숫자 자체는 매일 달라질 수 있어요. 그러니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는 건 큰 의미는 없는 것 같고, 나중에 반년 혹은 삼사 년이 지난 후에 '들쭉날쭉하던 매일'을 큰 트렌드(흐름)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때, 그게 나아진 거겠죠.
우리가 달리기를 할 때마다 나아지지 않잖아요. 일 년 지나서 내가 몇 분 줄었다, 그런 걸 알아채면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계단식 성장이라고 하죠.
숭 : 나아지는 것은 쉽게 알 수 없는데 나빠지는 것은 쉽게 알아차리죠. 그래서 저는 나빠지는 게 없으면 나아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일은 왜 할까요?
장 : '일이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할 것 같아요. 일은 나의 큰 ‘무엇' 아닐까요. 일을 하지 않고 나를 정의한다라… 적어도 저는 힘들어요. 일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기여를 하고 임팩트를 주는 것도 일일 수도 있죠. 일은 삶이라고 할 수 있죠.
숭 : 저랑 똑같이 생각하셨네요! 마케팅, 북토크, 옷 쇼핑, 집안일도 다 일이잖아요. 결국 일이 삶이라서 잘하고 싶다, 잘살고 싶어요.
장 :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나의 삶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일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죠. 좋아하는 일로 삶을 채우면 좋아하는 삶을 살 수 있어요.
결국 일이 삶이라서 잘하고 싶다, 잘살고 싶어요.
Q. 책 제목을 바꿔서 숭 님의 ‘사는 이유’는 무엇이고, 인성님이 숭님에게 하고 싶은 질문은 무엇일까요?
숭 : 책 제목의 중의적인 의미를 살려서 답하자면 사는(buy)는 이유는 경험을 넓히는 것이고 사는(live) 이유는 이왕 태어난 거 신나게 놀다 가자!
장 : ‘커서 뭐가 될래?’ 앞으로 뭐든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에서 이야기했듯 우리는 아직 애기니까요. 숭도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늘 그다음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늘 하고 싶은 질문은 ‘커서 뭐가 될래?’ 숭은 이제 커서 뭐가 될 거예요?
인성 님의 나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계속 생각이 났다.
'커서 뭐가 될래?'
스스로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커서 무언가가 될 수 있구나! 그렇다면, 난 아직 시간이 충분한 거 아닌가? 뭐든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의 다음은 무엇일까.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고 뚜벅뚜벅 하던대로 나아가보자. 그게 나답게 사는 방법이자 이유니까.
*장인성
탐험가, 러너, 브랜딩 하는 사람. <사는 이유>, <마케터의 일> 작가
처음부터 마케터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공대에 갔으나 수학이 싫었고 광고인을 꿈꾸었지만 광고회사엔 가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브랜드 네이밍을 하게 됐고, 그러다 브랜드 기획 컨설팅을 하게 됐습니다. 일하면서 알게 된 인연으로 네이버에 합류해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했고, 2013년에 우아한형제들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신나게 일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배민 신춘문예, 배민문방구, 배민팬클럽 배짱이 등의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쉬는 것보다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새롭고 낯선 것을 좋아합니다.
달리기와 맥주를 좋아합니다.
*사는 이유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0412464
*질문 있는 사람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0710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