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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 수 지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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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이 Aug 21. 2020

어디서든 존재 이유를 찾는다.

나는 필요한 사람일까

직장에서 인정받기란 어려운 일이다.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처리를 잘 해내야 하고, 업무에 익숙해지기 위해선 시간이 걸린다. 사회초년생에게 직장에서의 위치는 허드렛일을 하며 부서의 분위기를 익히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일을 잘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 것은 그렇다 치지만, 틈만 나면 퉁명스러운 말투와 짜증 섞인 목소리를 견뎌내야 하는 것도 나의 일중의 하나다. 잘할 것을 기대하지 않으면서 제대로 하지 않으면 욕먹는 이 일상들이 나는 죽을 만큼 괴롭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커리어나 미래에 꿈꿀 무언가를 되기 위해서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 오로지 나의 먹고살기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써 직업을 여긴다. 직업에서 오는 보람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내 할 일을 마치기 위해 노력했으나 늘 무언가 빠져있다. 빠진 나사가 있을지언정 어떻게든 앞으로 달려보겠다고 애쓴다.'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 하면서도 사직의사를 밝히는 일은 꽤 큰 용기가 필요하다. 퇴사하는 사람들의 냉정한 그 결단력이 부럽기만 하다. 내가 그만두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아마도 어렸을 때의 경험이 트라우마가 된 듯하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다니던 눈높이 학습지 센터를 그만두기로 했다. 학원 선생님에게 그만둔다는 말을 했을 때, 학원생이 한 명 떨어져 나가 짜증이 나 더 이상 내게 신경을 쓰기 싫다는 눈초리를 받은 적이 있다. 열심히 다니고 배워서 정도 들었던 만큼 웃으면서 떠날 줄 알았건만 고작 15살이 되는 아이에게 그런 눈치를 줬다는 것 자체가 지금 와서 생각해 봐도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때 그 일 이후로 다니던 학원을 그만둘 때 다니고 싶지 않아서 그만둔다고 얘기하기보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상대방의 기분이 덜 나쁘도록 애썼던 것 같다. 


직장에서는 나의 사직이 누군가의 업무가 늘어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직의사를 밝히고 남은 기간동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일을 한다고 해도,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사직면담을 한 것에 대해 수군거림을 당한다. 사회는 생각보다 더 이기적이고 부당하고 더럽다. 좋은 사람 몇을 보고 살아가기에 이 사회생활은 참 혹독하다. 


내가 선택한 전공이었고, 휴학하고 다시 온 것도 나의 선택이었고, 다른 진로를 찾아보지 않고 병원에 원서를 쓰고 취업준비를 한 것도 나였다. 인생에 정답은 없고 선택만 있다는 말이 맴돈다.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지고 그냥 살아가는 것이라고 하기에 나의 희생은 너무 컸다. 직장은 나에게 감정을 앗아갔고, 무엇도 위로가 되지 않는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을 모조리 빼앗아 갔다. 그저 이 순간들도 적응이 되겠지, 시간의 힘을 믿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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