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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an 28. 2024

44.고양이는 요가의 대가

<우울할 때는 고양이처럼 요가를>


 이유 없이 기력이 없고 우울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나는 요즘 *동곤증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전혀 우울할 사건이 없기 때문이다.

*동곤증은 계절성 정서장애(SAD, Seosonal Affective Disorder)라고도 불린다. 


 우울이 찾아오면 애벌레처럼 웅크린 채 아무것도 안 하며 이 시기가 지나가기만을 고통 속에서 기다리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며 별다른 사건이 없어도 신체리듬에 따라 언제든 기분을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다. 물론 어떤 사건을 계기로 우울한 건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당연하게 늘 찾아오는 우울을 수동적으로 지나가길 기다릴 수만은 없다. 

일상에서 우리는 우울을 다루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우울한 감정이 노력과 결심만으로 지나가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의지력이 약해서 우울함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므로 스스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우울을 다루기 위해서는 강력한 의지보다 몸을 살살 달래며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신체와 마음은 연결이 되어있다. 

즉각적으로 기분을 바꿀 결심으로도 우울을 나아지게 만들기 힘들다. 다만 몇 가지 요가 아사나를 통해서 기분을 약간 나아지게 만들 수 있고, 어떤 행동을 위해 아주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준다.

물론 요가 수련이 약물 효과처럼 즉각적이고 강력한 효과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수련을 지속해 가면서 조금씩 우울에서 빠져나가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우울이 다시 찾아와도 요가 수련을 통해서 가볍게 기분을 전환하게 되고 수월하게 벗어나게 된다.


 나는 오늘(일요일) 많이 우울하고 무기력했다. 독서도 하지 않고 글을 쓰지도 않았다. 하루종일 멍청하게 시간을 날렸고 낮잠을 자고 누워서 핸드폰을 했다. 넷플릭스도 무기력하게 재미없게 봤다. 그 어떤 것도 나의 기분을 나아지게 하지 못했다. 요가를 할 힘도 없었지만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 내일 출근 준비를 위해 얼른 수련을 마치고 휴식으로 들어가야 했다.


 억지로 억지로 요가매트에 섰다. 정말이지 오늘은 요가매트에 올라가기까지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우울감은 우리를 한 발자국 움직이는 것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활기가 없고 우울한 날은 후굴 동작을 잘해줘야 한다.


1. 우타나 시소사나

후굴 중에서 접근이 쉬운 동작은 우타나시소사나(고양이 기지개 자세)다. 

고양이는 정말 요가의 대가라는 생각이 드는 자세다. 고양이가 이 자세를 하는 이유는 기쁨, 흥분, 지루함 등의 기분을 전환하고 진정하기 위해 하는 스트레칭 동작이라고 한다.

이 자세에 깊이 들어가 호흡을 하며 꽤 긴 시간을 홀딩해 본다. 이 아사나만 따로 몇 분간 홀딩해도 좋다. 나는 수련 아사나들 사이에 이 동작을 넣기 때문에 8호흡을 진행하고 다음 동작으로 넘어간다. 다만 호흡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후굴은 아무래도 호흡을 가쁘게 대충 건너뛰기 쉽다.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고 가슴을 편안하게 열어주는 느낌으로 호흡을 깊고 천천히 지속한다. 

이 자세를 하는 고양이의 기분과 마찬가지로, 너무 흥분상태일 때는 진정이 되고, 너무 무기력할 때는 활기를 끌어올려준다.


2.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

아직 후굴 연습이 잘 되어 있지 않다면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벽을 이용하거나 정수리를 요가 매트에 대고 있어도 좋다. 이 자세가 너무 힘들다면 낙타자세를 해봐도 좋다.

가능하다면 양 손바닥과 발바닥의 힘으로 몸을 들어 올린다. 역활자세(wheel pose)로 불리는 만큼 요가매트를 단단히 밀어내고 가슴을 열어낸다. 요가디피카에 따르면 다른 자세들은 신체적 효과가 서술되어 있지만, 몇 가지 후굴 자세에서는 심리적인 효과를 추가로 설명하고 있다.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는 활력과 에너지, 경쾌함을 주는 후굴 동작들 중 하나다.


요가지도자 과정에 참여하고 있을 때,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를 하며 지구를 들어 올리는 듯한 느낌으로 힘차게 밀어내라고 했다. 수일간 합숙에 참여하고 매일의 시험과 수많은 공부, 자신과의 싸움과 좌절 속에서 많은 수련생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도자 선생님은 늘 이 자세를 강조하며 힘내라며 예비 지도자들을 독려했다. 실제로 이 자세는 용기가 없을 때 도움을 주었다.

힘들거나 슬플 때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는 용기와 힘을 주는 아사나이다.(물론 이런 정서적인 효과 외에 신체적인 효과는 말할 것도 없이 많은 좋은 자세다.)


3. 드위파다 비파리타 단다 아사나

상당히 고난이도 자세이긴 하나 시르사사나가 가능하다면 도전해 볼 만하다.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에서 정수리를 매트에 내리고 한손한손 매트를 집고 팔꿈치를 내려 뒤통수에서 깍지를 끼고 머리를 감싼다. 상체가 상당히 가슴이 깊이 열리며 횡격막이 수축되기 때문에 호흡이 가빠질 수는 있다. 그러나 호흡을 천천히 길게 하기 위해 노력하면 좋다.

자세를 길게 유지하기 힘들면 5카운트 호흡 정도로 자세를 마치고 몇 회 연속해 반복해도 좋다.

이 자세는 마음을 평안하게 하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때 상당히 도움을 주는 아사나다.


4. 다누라아사나

위의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의 반대 버전의 후굴이다. 배를 바닥에 대고 양손을 발을 잡고 팽팽한 활 모양을 만드는 자세이다. 이 자세를 통해 호흡을 조절하는 동안 마음을 고요하고 평안하게 만들 수 있다.

후굴 동작들은 웅크리고 있는 어깨와 척추를 펴준다. 우리는 우울할 때 웅크리고 몸을 둥글게 말고 있기 쉽다. 정서적으로 괴로울 때 몸을 축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방어기제 형태다.

후굴 동작으로 웅크려진 반대 형태로 몸을 확장함으로써 마음을 단단하게 하고 자신감을 채워 넣는다.



 몸이 힘들고 호흡이 어려운 아사나일수록 마음을 평안하게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로 느껴질 수 있다. 신체에 활력을 주는 아사나는 오히려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안정을 준다. 우리의 우울은 호흡과 활력을 주는 동작을 통해 조금은 통제할 수가 있다. 

마음의 우울은 신체 에너지의 부족에 따른 무기력이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 나의 수련은 후굴에 신경 쓴 시간이었다. 요가를 하기 전까지 모든 것이 귀찮고 무기력했다.

그러나 수련을 끝내고 약간의 힘을 얻어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지금 이 글을 작성할 정도의 기운을 회복했다.


오늘 나는 도무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뭘 해도 기분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지금도 역시 기분이 완벽하게 전환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무기력하게 누워있지 않고 이불을 박차고 나와 남은 저녁 일과를 하게 된 것으로 만족한다.

예전에는 이 상태에서 또 다시 술을 마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술 대신 후굴을 선택했다.

매일의 수련은 내 기분이 어떤 상태이든 나를 다루는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슬픔과 우울에 너무 빠져 들지 않고, 기쁨에 방종하지 않고 적당한 밸런스를 찾을 수 있게 한다.



오늘도 요가의 대가 고양이 선생에게 한수 배운다. 

시원하게 기지개(우타나 시소사나)를 켜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내 옆을 기분 좋게 지나간다.

나도 따라서 시원하게 우타나 시소사나를 한 번 더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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