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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별은 왜 인간의 운명이 되었을까?

<별은 인간의 운명을 인코딩하게 되었다.>

by 전인미D

아기는 산모 뱃속에서 나와 탯줄을 자르는 순간 어머니와 분리되어 독립된 개체가 된다.

이 순간 우주의 에너지를 신체에 흡수하여 자기만의 독자적인 기운을 형성하게 된다.

탄생 시점, 즉 탯줄을 자를 때, 어떤 별의 에너지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인가에 대한 기호학이 사주팔자(명리학)가 된다.


왜 별이 인간의 운명을 상징하게 되었을까?

어째서 별의 기운과 움직임(점성학)이 인간의 운명과 흐름에 영향을 끼치게 된 걸까?


지구에서 태어난 인간은 지구를 둘러싼 천체 행성들의 영향을 받는다.

오랜 시간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 중 인간의 육안과 기술력 안에서 볼 수 있는 행성(별)을 관찰하여 그 기운을 기호로 환산하였다.

고대 천문학자들은 천체의 지도를 구조화하였다. 이 천체의 지도는 지구(땅)의 지도와 다르게 시간에 따른 움직임이 있다.

하늘의 지도에는 타임라인이라는 시간의 흐름까지 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가장 가까운 행성 태양과 달 / 목성, 화성, 토성, 금성, 수성(일, 월 / 화, 수, 목, 금, 토)을 음양과 오행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십간(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과 십이지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로 나눠 상징적으로 체계화했다.

여기에 시간의 흐름(계절의 변화와 별의 움직임)을 담아 24절기로 매칭시킨다.

이렇게 탄생한 육십갑자는 동북아의 천문도를 정리했다고 볼 수 있다.


하늘에서 일어나는 별들의 일을 체계화한 천문에는 공간 속에 시간을 담고 있다. 천문도는 단순히 멈춰진 지도가 아니다. 그 안에 별의 움직임과 변화가 있다.

지구에 태어난 인간, 우리의 인문학에도 땅의 공간에 한 인간의 시간을 담고 있다. 태양계 입장에서 인간은 작은 별도 아닌 우주 먼지에 불과하겠지만, 이 우주 먼지에도 탄생시점 부여받은 별의 기운이 있다.

양기나 음기 중 어떤 것이 강하고 오행의 어떤 기운이 더 크게 작용한 순간인지는 모두가 다르다.


천문의 시간을 관측하면 인간의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천문의 기호를 인문의 기호로 대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길흉화복 흐름을 전망하게 된다. 이것이 명리학이라는 학문으로 발전했다.

거의 천기누설급 기호학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아무나 이 기호를 해독하지 못한다는 거다.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다만 흔들리는 나무를 통해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시간도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이다. 우리는 이 시간의 움직임을 하늘을 통해서 인식하게 된다. 별이 움직이고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알게 했다.


시간의 흐름은 별의 운행을 관찰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유한한 삶도 별의 운행을 상징화한 기호학을 통해 그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세상에 태어나 탯줄이 잘린 바로 그 순간 한 인간의 시간은 흐르기 시작한다.

그때 흡수한 연, 월, 일, 시의 네 가지 기둥과 여덟 가지 글자가 한 사람의 유니크한 에너지가 된다.

태어난 순간 별이 어떤 위치에서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만세력에 나와있다.

하늘의 스케줄표를 만세력으로 정리해 온 이들은 가히 천재적인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특별한 제작자가 있는 것이 아닌 수천 년간 관측하고 계산한 것을 체계화하여 이론화한 것이다.


초기 만세력은 농사나 주요 행사를 결정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었겠지만, 현재는 점점 개인화되어 인간의 삶의 주요한 결정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만세력에는 사람의 생년월일을 간지(천간과 지지)로 나누어, 자기만의 우주에너지가 상징적으로 들어있다. 이 상징적 8글자를 다시 풀이하는 것이 명리학이다.

태어난 시간의 에너지를 천간의 암호로 인코딩하고 그 암호를 다시 푸는 디코딩의 과정이 명리 해설이다.

이렇게 별은 인간의 운명을 인코딩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 사주팔자의 암호를 풀어 어떻게 살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인간사의 많은 일들은 기술과학의 발전으로 더 이상 만세력의 스케줄표가 필요 없게 되었다. 농사도 이제 자연의 시간표가 아닌 과학 기술력으로 여러 불확실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만세력은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결정보다는 초 개인화되었다. 아무래도 인간의 문제는 과학 기술을 활용하여 해결하기가 어렵다.


고도로 발달된 현대 도시에서 모자람 없이 살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이건 물리적인 편의성만을 제공할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구체적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다.

개인을 위한 인문학을 통해 각자가 찾아야 할 가치와 성장 방향이 궁금한 것이다. 명리는 오랜 시간 미신으로 치부되었고 일부 지금도 그런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 다시금 이 학문의 가치를 깨닫고 공부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너무 편리하고 물질만능주의 세상에 태어난 우리는 마음이 더더욱 굶주려 있다.

껍데기가 화려한 세상이 될수록 본질적인 갈증이 더해진다.


그래서 진짜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으려고 한다. 어딘가에 진짜 나만의 의미 있는 알맹이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

행복이 뭔지 몰라서 그나마 사회가 정해준 행복의 기준인 성공과 돈에 집착하니 더욱 사는 게 힘이 든다.

사실 성공이나 돈이 크게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대체의 행복을 모르기 때문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권력을 갖고 돈을 크게 버는 게 잘 사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생을 이해하고 자기만의 잘 사는 행복 기준이 필요하다.

그렇게 명리 공부를 통해서 어떤 것을 추구하면 행복하고 잘 살 수 있는지 알아가고 있다.

나의 미션을 제대로 찾고 싶어서 만세력을 디코딩해 본다.


평생 지금처럼 정신없이 달리면서 살아야 한다는 건 상당히 피곤하다.

너보다는 무조건 내가 이겨야 한다는 이기적 승부근성은 무섭기까지 하다. 모두가 1등을 목표로 하는 것이 행복일 것 같지가 않다. 그리고 모두가 1등이 되는 세상이 있을까?

모든 이와의 경쟁에서 내가 우위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나만이 최고가 될 길을 찾는다면 그게 바로 이너피스가 될 길일 거다.


내 별은 유일하고 유니크할텐데, 그걸 다들 놓치고 있다. 자꾸 세상 보편성에 맞추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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