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인미D Feb 05. 2021

6. 매일 요가는 그저 사소한 결심뿐

<오늘도 귀찮~ 뒹굴~ 유혹 가득. 수련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매일 수련할 수 있는지 누가 물어봤다. 대단한 것은 없었다. 엄청 독할 필요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 유혹 앞에서 아주 작은 결심을 할 뿐이다. 아주 작은 결심이 매일 모여 한달이나 일년이 지나보면 대단하게 보이겠지만, 그날 하루는 대단할 것도 없이 사실은 굉장히 사소한 순간의 결심이 모였을 뿐이다.


 슬픈날도, 힘든날도, 야근한 날도, 종일 굶은 날도 밥이나 휴식보다 먼저 요가를 선택했다. 드러눕고 싶고 퍼지고 싶은 그 순간 딱 30분이라도 수련을 먼저 하자고 생각한 뒤 퍼지든, 눕든, 폭식을 하든 뒤에 있을 보상을 미리 상상해본다. 뒹굴고 싶다면 요가를 하고 실컷 뒹굴거리면 된다. 요가 때문에 다른 일을 포기하는 것은 없다. 그저 순서만 바꿔서 요가를 우선 순위로 둘뿐.

‘요가하고 나서, 일단 요가 먼저 하고 나면 다 할 수 있어.’


 이런 기준 속에 있으면 매일이라는 습관을 가질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하고 남는 시간에 하는 것은 습관이 되지 않는다. 무조건 해야하는 그것을 먼저 하고 다른 것을 하는 것이 바로 습관화된 일이다.

 요가는 바로 그런 일상의 습관으로 만들어야 매일매일 수련을 해 나갈 수 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일들과 변수, 유혹들이 있고 내 몸의 컨디션도 어제 오늘 내일 다 다르다.

 마음도 어제는 열정이 있었지만 오늘은 다 귀찮고 피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습관이 되어있으면 선택의 여부, 감정상태의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일단 자동으로 하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몸이 힘들고 마음이 너덜너덜해도 매트위에 올라가는 작은 결정 하나면 된다.


 그 다음은 자동으로 내 몸이 수련을 하고 있을 것이다. 수련의 습관화는 내가 어떤 멘탈의 상태이든 몸이 해낼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요가를 바로 그 습관으로 만들어버리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는 그 요가를 오토매틱 시스템으로 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 컨디션이 좋은 날은 집중도 하고 의식을 가지고 챌린지도 도전해 보겠지만 대체로 직장 생활에 절어 있는 평상시 저녁시간에 그런 열정을 갖기 쉽지 않다.

 그런 열정은 일단 휴일로 미뤄두고 매일이 힘든 회사원들은 평일 수련은 그저 습관화된 자동시스템으로 만들면 좋다. 고된 하루 멍때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저녁에도 그저 용기내서 요가 매트 앞에만 서면 팔이 저절로 올라가고 다리가 저절로 움직여서 수련을 마친다.


 정말 열이 나고 아프고 오늘은 생리통으로 허리가 끊어질듯 아프고 배가 부글부글 해도 매트위에 서면 내 몸은 자동으로 이 아사나에서 저 아사나를 향해 자연스럽게 끝을 향해 달린다.

 너무 배가 아파서 드러누워 있어도 약을 먹어도 복통이 가시지 않다가 간단하게 몸이나 풀어볼까 하고 매트에 섰다가 수련을 끝까지 마친 날도 있다. 수련을 하면서 신기하게 엉덩이에서 막 가스가 분출되면서 배가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 날도 있다. 집에서 혼자 했던 수련이라 천만다행이다.


 그렇다고 아플때 너무 무리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픈 날 수련을 해야할 때는 스스로 몸의 소리에 귀 기울여 가볍게 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사나 위주로 진행하면 좋다. 다만 아프다고 누워 있으면서 아픈 것만 생각하면 더 아플때가 있다. 그럴때는 과감하게 매트로 올라가 가벼운 수련을 해보라는 뜻이다.

 나는 스트레스로 머리가 너무 아프고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릴때 조심스럽게 어려운 동작은 다 스킵하고 요가 아사나를 진행하며 두통과 멀미가 많이 누그러진 적도 있다. 평소 내가 아팠거나 몸이 불편할 때 쉼을 선택했다면 가벼운 수련을 통해서 신체 조직들이 자연스럽게 풀리고 순환하는 느낌이었다.


 정신적인 다짐과 결심도 중요하다.

 나의 경우 동기부여로 늘 쓰는 것은 “내가 요가를 너무 늦게 만난 것이 억울하다. 나의 젊은 시절을 되돌려서 요가로 채울 수 없다면 남은 날은 하루하루 모두 요가로 채워나가겠다.”는 마음이다.

 오늘 요가를 못하면 나는 오늘 하루를 요가를 채우지 못하고 잃은 날이다. 과거를 바꿀수는 없었지만 오늘 스킵하면 나는 요가를 채울 수 있는 현재 조차도 놓친 셈이 된다. 그런 강력한 동기부여의 메시지 때문에 나는 매일 요가를 안할 수가 없다.


 정말 너무 일이 많아서 조근, 점심시간 근무, 야근까지 해야할 때는 출근 전 아침 5분, 점심시간 몰래 회의실 가서 서서 할 수 있는 동작 5분, 퇴근 후 가볍고 빠르게 전체 15분, 이런 식으로 끊어서 수련을 하기도 했다. 내가 이루기 힘든 목표가 있을때 늘 그 과정을 잘게 쪼개어 사소한 과제로 만든 뒤 도전했다.

 하루 겨우 30여분이지만 하려고 생각했다가 하지 않으면 아마 스스로에게 실망과 자괴감이 많이 생길 수 있다. 그런 마음이 싫어서 애초에 시작도 안하거나, 한번 리듬이 깨져서 아예 포기하고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부득이 하게 오늘 수련을 건너 뛰었다고 너무 스스로 자책할 필요는 없다. 늘 어떤 경우에도 꼭 수련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 지키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영영 포기하기 보다는, 지나간 일은 깨끗하게 잊고 내일 부터 또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먹으면 된다.

 실수과 실패를 쿨하게 넘기고 앞을 향해 달려가야지 실수 때문에 내 앞길 구만리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제 못했으면 어떠리 내일 새로 시작하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만하면 그냥 매일 하면 좋겠다.

 내가 하루라도 건너뛰지 않는 이유는, 한번 이유를 대면 나중에도 어떤 이유라도 다 갖다 대어서 내가 수련 안해도 되는 핑계를 찾을까봐서다.


 보통 사람이 하나의 습관을 만드는데 3주 정도면 된다고 한다. 하나의 일을 습관화 하는데 3주 혹은 그 이상이 걸리겠지만 내 경험으로는 그 습관을 파괴하는데는 하루면 족하다. 그렇기에 단 하루도 오늘만은 괜찮다로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5. 물욕과 무소유 사이의 줄다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