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은 계속 배우는 일이다

by 김현아

오늘도 엄마는 너에게 편지를 쓴다.

이건 이제 하루의 습관이 되어버렸어.

말로 다 전해지지 않는 마음을

글로라도 남기고 싶어서.


너를 처음 품에 안았던 그날 이후,

엄마는 매일 마음속으로 편지를 써왔단다.

첫 웃음을 본 날엔 “이 아이의 세상이 따뜻하길.”

첫 걸음을 뗀 날엔 “이 길이 네 길이 되길.”

그리고 오늘은 이렇게 쓴다.

“너를 키우며, 엄마도 자라왔다.”


처음엔 너에게만 보내던 편지였지만,

이제는 나 자신에게도 쓰게 되었어.

엄마라는 이름 뒤에

조용히 숨어 있던 ‘나’에게.


가끔은 너무 애쓰느라 지치고,

때로는 잘하고 있는 건지 몰라

밤마다 스스로를 책망하던 날들도 있었지.

그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적었어.

“괜찮아, 참 잘해왔어.”


너를 키우는 일은 결국

나를 돌보는 일이라는 걸

엄마는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단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이해해야 한다는 걸.


그래서 오늘은

너를 위한 편지를 잠시 내려두고

나 자신에게 이렇게 쓴다.

“이제는 너도 사랑받아야 할 사람이야.”


엄마로 살아온 시간은

사랑을 완성하는 여정이 아니라

사랑을 배우는 시간이었어.

참는 법을 배우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때로는 놓아주는 용기도 배웠지.


사랑은 완벽해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서툴러도 이어지는 마음이야.

그리고 그 마음은 매일 새롭게 자라.

너의 웃음 속에서,

너의 한마디 속에서,

엄마는 사랑을 조금씩 배워왔단다.


사랑은 누군가에게서 시작되어

다른 누군가에게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사랑이 태어나.

그래서 엄마는 믿는다.

이 세상에 사라지는 사랑은 없다는 걸.

모양이 바뀔 뿐, 온기는 계속 남는다는 걸.


사랑은 배우는 일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선생이 되고,
서로에게 학생이 되며,
그렇게 자라난다.


이제 엄마의 하루는

조금 더 느리지만, 더 단단해졌어.

그리고 그 배움의 이름은 여전히 ‘너’야.

너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너를 통해 나를 다시 배우며,

엄마는 오늘도 살아 있는 사랑을 배우고 있다.


keyword
이전 29화4-7. 사랑은 이렇게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