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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사랑은 이렇게 이어진다

by 김현아

요즘 엄마는 자주 이런 생각을 해.

사랑이란 건 참 신기한 것 같아.

끝나는 듯 보여도,

언제나 다른 모양으로 다시 이어지거든.


엄마가 어릴 때는

사랑이 늘 조건 같았어.

“착하게 굴면 칭찬받고, 잘못하면 혼나는 것.”

그래서 사랑은 노력해야 얻는 거라 믿었지.


하지만 너를 품은 순간 알았단다.

진짜 사랑은 조건이 아니라 존재라는 걸.

너는 그저 존재만으로

엄마에게 가장 큰 이유가 되었으니까.


너를 키우며 엄마는 알았어.

사랑은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돼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조용히 이어지는 일이라는 걸.


네가 자라서 언젠가 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마음속엔 아마

엄마의 사랑이 조용히 숨 쉬고 있을 거야.

그리고 그 사람의 마음으로,

그다음 세대로 이어지겠지.


사랑은 그렇게 흐르는 거야.

이 세상에 머무는 동안

한 번도 멈추지 않는 강처럼.


엄마는 가끔

네가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해.

“이 사랑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아마도 할머니의 품에서,

그보다 더 오래 전의 마음에서 시작된 걸 거야.


그 오랜 사랑이 지금

너에게 닿아 있는 거지.

그리고 언젠가 너의 품에서

다시 다른 생명으로 이어질 거야.


그래서 엄마는 오늘도 믿어.

이 세상에 사라지는 사랑은 없다는 걸.

모양이 바뀔 뿐,

온기는 계속 남는다는 걸.


사랑은 이렇게 이어진다.
어제에서 오늘로,
오늘에서 내일로,
그리고 너의 마음에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로.


너는 그렇게,

세상의 한 부분이자 사랑의 한 조각으로 살아가겠지.

그게 엄마가 너에게 남기고 싶은 마지막 말이야.


“사랑은 멈추지 않아.

그건 우리가 살아 있다는 가장 아름다운 증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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