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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나도 누군가의 딸이었다는 걸

by 김현아

엄마는 어느 날 문득,

너를 바라보다가 생각했단다.

‘아, 나도 누군가의 딸이었지.’


그 사실을 잊고 살았어.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나,

엄마의 품에 안겨 있던 작고 불안한 아이였다는 걸.


너를 키우며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말들이 떠올랐어.

“조심해라.”

“괜찮다고 해도, 늘 걱정이 된다.”

그땐 그 말들이 잔소리 같았는데,

이제는 그 말속에 담긴 마음이 들려.


사랑은 때로 말로 다 전해지지 않더라.

그 시절의 엄마도,

지금의 나처럼

서툴고, 애쓰며,

사랑을 배우는 중이었겠지.


이제야 그 마음이 이해돼.

아이를 키운다는 건

사랑을 물려받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엄마가 내게 주었던 사랑의 모양이

지금은 내가 너에게 전하는 온기가 되었어.


가끔은 미안해.

너의 웃음 뒤에서

나의 엄마를 자주 떠올리거든.

그때 하지 못했던 말,

전하지 못한 고마움이 마음속에 남아 있어.


그래서 이제는 네게 말하듯

그 시절의 엄마에게도 마음속으로 속삭여.

“엄마, 고마워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그 마음이 얼마나 깊고 큰지.”


나도 누군가의 딸이었고,

누군가의 사랑으로 자랐던 사람이라는 걸

이제야 선명히 느껴.


너를 품으며 나는 다시 딸이 되었고,

엄마를 떠올리며 나는 조금 더 어른이 되었단다.


사랑은 세대를 넘어 흐르는 강이야.
흘러와서 나를 적시고,
다시 흘러 너에게 닿는.


엄마는 오늘도 그 강가에 서서

조용히 흐름을 바라본다.

그 강물의 이름은 ‘사랑’이고,

그 끝엔 언제나 너와, 그리고 나의 엄마가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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