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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Lapres midi Sep 27. 2023

당신은 심각한 갱년기 상태입니다

갱년기 진단과 예방에 관하여

글을 쓰면서 갱년기에 대한 검색을 하다 보니 임테처럼 갱년기 테스터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게다가 문진으로도 테스트를 할 수 있어서 혹시나 하고 체크해 봤는데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그것도 아주 참담한 결과.       

심한 갱년기 상태 

만약 15점 이상이라면 심한 갱년기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전문의를 통해 장기적으로 치료하여야 합니다.     

합리적이고 과학적 근거에 의한 진단은 아니겠으나 병원 검사, 문진 검사를 모두를 고려했을 때 심각하긴 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 칭찬해~) 나는 갱년기와 공황이 비슷한 시기에 찾아와서 갱년기인지 공황인지 모를 혼돈의 증상을 겪고 있지만 어쨌든 양쪽 모두 전문의 치료를 받고 있으니 이보다 더 나빠지지만 않기를. 내가 본 테스트 문항을 다 인용할 수는 없지만 갱년기 진단의 대표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다.      

* 안면홍조 

* 식은땀 (더위와 상관없이)

* 불면증

* 우울감

* 어지럼증

* 관절통 혹은 근육통

* 가슴이 두근거림      

이 모든 증상이 총체적으로 나타나면 갱년기가 아니어도 무언가를 심각하게 의심해야겠으나  나이를 즈음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면 꼭 병원 방문을 권유하고 싶다. 방치된 갱년기의 끝은 결코 좋을 리 없으니까.(갱년기를 가볍게 넘기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단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영양이나 운동은 나에겐  참으로 무관심의 영역이었다. 건강에 좋은 음식보다는 기분이 좋은 음식을 선호했고 운동은 남들 다하는 숨쉬기 운동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허약 체질도 아니다 보니 건강문제에 관해선 자신까지는 아니어도 안일했던 건 같다. 유기농이니 건강식이니 하며 음식에 연연하는 사람들을 보면 좀 유난스럽다고까지 생각했던 적이 있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힘든 일을 굳이 찾아 하는 사람들 같았다. 개미와 베짱이 교훈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인간계 베짱이가 바로 나였고,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보고야 그 맛을 아는 미련한 자가 바로 나였다. 자기 몸을 소홀이 여긴 결과의 쓴맛을 직접 보고서야 오만상을 지은들 무엇하며,  이제 와서 허겁지겁? 뛴들 무엇하리. 팔자 주름만 깊어지고 허리와 무릎만 아플 뿐인걸.     


얼마 전엔 러닝머신을 하는 중에 아침 정보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마침 그날의 주제가 갱년기에 좋은 음식이었는데 갱년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와 그들이 갱년기를 위해 먹고 있는 음식들, 간단한 운동 등이 나왔다. 그중 파바빈이라는 음식은 처음 들어본 것이기도 하고 견과류 먹듯 하면 될 것 같아 핸드폰에 저장까지 해뒀는데 이게 웬걸.. 이 콩으로 할 수 있는 요리가 왜 이렇게 많은 건데. 세 가지 이상이 넘어가면서 집중에 무리가 오자 바로 포기로 이어졌다. 할 수만 있다면 안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요리이고 레시피에서 세 번 이상의 손이 가는 음식들은 최대한 피하며 살아왔다. 재료를 몽땅 때려놓고 끊이거나 볶거나 하는 요리를 선호한다. 갱년기를 위한 음식도 약처럼 물과 함께 꿀떡 하면 얼마나 좋을까.  세심한 돌봄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몸에 넣어주는 것도 정성과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 법, 지극히 당연한 사실에도 머리가 아파왔다. 그래서 몸에 좋은 것을 일일이 찾아 먹을 수 없으니 몸에 좋지 않은 음식만은 피하며 살자고 결정을 내렸다. 결국 이런 하찮은? 결론에 이를 거면서 갱년기에 대해 그렇게까지 야단법석을 떨었냐는 분들을 위해, 갱년기를 앞두거나 이제 막 시작한 분들을 위해 유용한 정보라도 드려야겠다 싶어서 폭풍 검색을 했는데 결국은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이야기들인 것 같아서 꺼내기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진리는 언제나 심플하잖아?    

1. 규칙적인 운동

2. 갱년기에 좋은 음식 섭취 

3. 취미생활

4. 숙면      

진짜 특별한 것이 없다. 정말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활을 루틴으로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인간계 베짱이에겐 상당히 높은 난이도다. 그래도 유비무환. 뼈아픈 고충을 겪는 자의 충고라 생각하고 기억해 주면 좋겠다.     

 


몸에 나타나는 다채로운 증상들은 내가 게을렀던 탓이니 좋든 싫든 안고 가지만 그래도 이 시기를 견디고 버틸 수 있는 게 나에게도 하나는 있었으니 그건 바로 취미생활. 취미생활 자체는 별 거 아닌데도 덕질이 업이 되기도 한다고 어쩌다 보니 갱년기 중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새로운 인생 이야기는 다음에!) 새로운 일을 시작을 하기까지의 사연은 주렁주렁 이지만 아침에 출근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갱년기 여사에겐 엄청난 위로이자 힐링이다.  사춘기 아이와의 거리 두기에도 이만한 게 없는 것 같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내게 주어진 선물 같은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갱년기 예방법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게 있어서 지금 이 이 시간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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