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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영 May 16. 2024

굳이 A급으로 살 필요가 있을까?

A급이 되려고 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A급


우리 사회는 이상하다. 

이상할 정도로 누군가와 비교를 하고 기준을 매기며 그 기준에 합당하지 않은 사람은 ‘기준 미달’이라는 꼬리표를 달아버린다. 나는 이런 사회의 풍토에 맞춰 사회가 세워 놓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내 나름대로 열심히 달렸다. A급으로 삶을 살아가면 자기 만족도도 높으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쁨이 넘쳤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A급'으로 살 것을 요구한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멋진 집, 그리고 완벽한 인간 관계까지. 우리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때로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까지 한다. 하지만 과연 이런 'A급' 삶이 정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유일한 삶의 방식일까?     


어릴 적부터 우리는 성공의 척도로 A급을 배워왔다. 성적표의 A, 연말 성과 평가의 A, 그리고 사회적 인정의 A까지. A급은 성취감과 사회적 인정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그 과정에서 우리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을 감내해야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문득문득 의문을 품게 된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런 의문을 많이 품고 사는 사람이었고, 결국 난 대학 입시에서부터 ‘기준 미달’의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신세한탄으로 얼룩진 이십대 초반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이십대 후반이 되었다. 


나는 한 가지 선택을 해야만 했다. 계속 한탄만 하며 지내는 삶을 살아가야 할지. 아니면 과감하게 나를 ‘기준 미달’이라고 정의하고 인정해야 하는지. 당연히 나는 우울로 얼룩진 삶을 살아가고 싶지 않아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십대 중반에서 나이가 조금 더 들고 이십대 후반이 되어보니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아픔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는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꼭 얽매여 삶을 살아야만 할까? 의문이 들었고, 인스타그램에서 흔히 나오는 인생의 하이라이트만 찍어 놓은 피드와 스토리에서 점점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가끔 시간 때우기 용으로 하는 어플 안에서도 우리는 경쟁을 하고 있었다. 누가 더 좋은 명품을 들고 다니는지, 누가 더 좋은 회사를 다니는지, 누가 더 좋은 연인을 만나고 다니는지. 안 물어보고 안 궁금한 것들의 홍수 속에서 나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게 되었다. 더욱 더 나 자신을 비교하게 되고 정말이지 행복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A급의 인스타감성이 아닌 B급 감성으로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지우고 대신 종이와 노트를 꺼내들었다. 하이라이트와 같은 순간에 사진을 찍지 않고 대신 마음 한 켠에 좋은 마음을 간직하기 시작하며 좋은 순간이든 나쁜 순간이든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삶을 비워내기 시작했다.      

퇴사도 했다. 더 이상 남들에 비해 뒤처질 염려로 인하여 일하기보다는 나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B급 감성과 태도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삭제,

퇴사,

번호 이동, 

인간관계 단절,      


등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나니 모든 부분이 상당히 가벼워졌다. 그래서 지금 삶의 만족도는? 당연히 높아졌다. A급으로 살아가기 위해 아등바등 해쳐 나갔을 때보다 더 내 삶을 사랑하고 내가 가치 있는 존재로 느껴진다.      


꼭 A급이 아니더라도 삶의 가치는 충분히 존재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B급, C급이라 불리는 삶을 사는 사람들도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은 더 많은 시간을 자기 자신과 가족, 친구들과 보내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있다. 


삶은 정답이 없다. 


A급 인생을 살고 싶으면 A급 인생을 살아도 되지만, A급 인생을 살아내려고 무리하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B급, C급 인생이 A급 인생보다 더 떨어지는 인생이라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B급 인생을 즐기기 시작한 나는 지금이 인생 최고의 시기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굳이 A급으로 살 필요가 없다.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각자의 길을 걸으며 느끼는 작은 기쁨과 성취가 결국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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