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양육자들은 키우는 애들을 어린이나 아기쯤에 이입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동물 안 키우는 사람 눈에는 엄청 꼴값이라 당연히 싫을 수 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음. 안 그런 보호자를 본 적이 없다. 아무리 봐도 애기 같은데 어떻게 하냐능. ㅎ
나도 물론 반려견을 아기 취급한다. 사람 취급 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강아지가 인간의 언어 체계와 세상의 이해관계를 터득할 수 없는 무자아 존재라고 믿는다. 방송에 나온 전문가가 강아지는 반성할 줄도 복수할 줄도 모른다고 했다. 다른 동물은 안 키워 봐서 다른 애들이 어떨지는 모룹니다.
내가 어릴 적 뇌수막염인지 뭔 병에 걸려서 붕 뜬 채로 입원 중일 때 그냥 밥 때 되면 좋다고 먹고, 화장실 가는 법 기존에 학습된 대로 하고 누가 면회 오면 사람 왔다고 순하게 반겼다(ㅋ). 이 시기의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데, 아마 자아가 없는 개가 이 비슷한 상태로 사는 게 아닐까 하고 추측한다.
근데 아무것도 몰라도 좋다. 네가 똑똑하고 까다로웠다면 나를 사랑해줬을까.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말도 못 하면서 더럽고 못되고 별 볼 일 없고 나쁜 나를 온몸 바쳐 사랑하는 가엾은 포도. 나의 은인(dog).
나도 널 사랑해. 사는 동안 아프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