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dog
나는 나에 관련한 기념일은 생일을 포함해서 어떤 날이든 간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런데 강아지 생일, 크리스마스, 추석, 심지어 어린이날까지 다 축하해 주고 있다.
내 몸뚱이 하나 잘 건사하지도 못하면서 이게 무슨 꼴값인가..
실은 올해도 크리스마스 아침을 행복하게 시작하지 않았다. 늘 그렇듯이 숨이 턱 막히는 끔찍한 공포감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일어났다. 원래 이렇게 산다. 그냥 심리적인 문제다. 나 이렇게 불행해요 하는 우울전시 아니고 괜히 이딴 거 적어서 남 기운도 다운시키기 싫다.
이 넓은 우주에서 이따위 일은 대수로운 일도 아니다.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났었다는 것을 적고 있다.
무섭다. 인생 망한 것 같다. 왠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정해진 것 같다. 그래서 질질 짠다.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기분이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일어나서 강아지 머리를 싹싹 넘겨주고, 촛불을 불어주고 밥을 먹인다.
나는 망해도 너의 일상은 이어져야 한다.
너는 멋지고 훌륭한 강아지라 나를 조종해서 그렇게 만들 힘이 있다.
크리스마스 축하해. 올해도 건강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