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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주.부의 자아성찰기15

-비교 양면 색종이

by cream

비교.

딱 두 글자인 저 단어는 은근히 부정적이다.

내가 더 나은 입장이라면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상당히 기분이 안 좋다.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양면 색종이처럼 내 기분이 전혀 다른 색깔로 결정된다.


누군가와 비교를 당하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 누군가와 비교를 한다.

40대 중후반이 된 지금 나는 무엇을 비교하고 살고 있는지, 누구와 비교를 당하며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외모, 아이들, 남편의 능력, 나의 능력, 경제력...

비교를 하다 보면 내가 우위에 있어 기분이 좋아지기보다는 내가 아래에 있어 기분이 점점 더 나빠짐을 느낀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글을 써도 하소연의 글만 써지고 누군가와 수다를 떨면 할 말 못할 말 다하게 되니 집에 와서 후회하고, 나 혼자 커피를 마시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더더욱 우울해진다.


누구 씨와 누구 씨는 나와 거의 매일 일상을 공유하는 친한 지인들이다.

하이요~굿모닝을 알리며 단톡에 들어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욱함이 몰려오는 일이 생겼을 때도 일단은 하이요~로 인사를 한다.

물론 나는 전혀 하이~굿모닝이 아니다.

슬슬 시동을 걸다가 다다다 다다~말을 시작한다.

시동이 걸리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때도 있지만 금방이라도 두 눈이 쏟아지게 화가 날 경우엔 시동 따윈

필요 없다.

하이요~다음 바로 다다다 발사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하기도 조언을 하기도 하고 앞뒤 볼 것도 없이 나보다도 더 속 시원하게 욕을 날려주기도 한다.

단톡은 그야말로 희로애락이 모두 있다.

의식의 흐름대로 화났다, 웃었다, 울었다, 우울했다 그야말로 난리부르스다.

그리고 항상 마무리는

"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요~여러분이 있어 다행입니다."


단톡에 손가락이 안 보이게 얘기를 쏟아부으면 신기하게도 내 맘이 조금은 풀어지는 것 같다.

그 순간 위로가 된다. 기분이 좋다.

하지만 반대로 조금 시간이 지나면 나만 이런 상황을 겪는 건가 싶어 속이 상한다.

자꾸만 비교를 한다.

왜 누구 씨는 이런 상황에 저렇게 하는데 난 못한 걸까.

왜 누구 씨네 가족은 이럴 때 이렇게 해주는데 우린 아닐까.

내가 도대체 뭐가 얼마나 부족해서?

내가 도대체 뭐가 얼마나 아닌 거지?


누구 씨와 누구 씨는 그런 생각 자체를 집어치우라 한다(꽤나 거친 입담을 지닌 츤데레의 그녀들이다)

그리고 욕을 잘하지 못하는 나에게 크게 외쳐보란다.

옘병~~

옘병은 욕도 아니라면서.


제일 가까운 누군가에게 비난 어린 날이 잔뜩 서있는 말들을 속사포로 들어 그동안의 나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졌던 어느 날.

난 누구 씨와 누구 씨가 있는 단톡방에 하이요~를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를 여러 번 반복했다.

하소연하는 나와 위로해 주는 그녀들의 상황마저도 못난 맘으로 비교하며 난 하이요~를 지웠다.

대신 그녀들이 알려준 마법의 단어 옘병~을 조그맣게 나 혼자 외쳐보았다.


비교.

언제쯤에나 난 이 두 글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내가 좀 더 우위에서 비교를 당할 수 있을까.

(너무나도 속물적인 발상인 걸까)

그리고 부정적인 말을 많이 듣고 부정적인 감정만 잔뜩 생겼던 날엔 글을 써야 할까? 말아야 할까?






하루 늦게 글을 올렸습니다.

하물며 14편은,,,,브런치북 선택을 안해서 브런치 스토리 내 어딘가에 그냥 올려졌네요.

(지금..발견했어요^^;;)

정신을 어딘가에 흘리고 다니는 요즘이라서 스스로 민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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