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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 루시 Sep 11. 2021

소소한 선물이 주는 힘

 느 순간부턴가 가방에 간식을 하나씩 넣어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오늘 타깃은 애플 매장 수리기사님이었다. 내가 마지막 고객인 것 같아 이제 퇴근하시냐고 넌지시 물었더니 이제 퇴근하신단다.


"이제 퇴근하시는 건가요?"

"네. 이제 퇴근해야죠"

"잠시만요. 저 가방 좀 가져올게요"

"무슨 문제라도 있으실까요?"


잠깐 기다리라는 나의 말에 기사님은 조금 긴장하신 것 같았다.


"혹시 이런 거 좋아하세요?"


하면서 드린 간식은 초코 해바라기씨였다. 세모난 패키지가 너무 앙증맞은, 누구라도 절대 거절 못할 것 같은 주전부리를 그에게 건넸다.


 

이렇게 생겨먹은 간식이다



기사님은 내가 내민 주전부리에 세상 해맑은 미소를 나에게 선물해줬다. 우리 큰아들보다 한 예닐곱 많으려나... 그 어리고, 오늘도 열심히 살아낸 청년은 웃는 얼굴이 참 이뻤다. 오늘도 수고 많았다고 인사하고 돌아섰다.   


 작년 봄에는 남들 다하는 '택배기사님 주전부리 챙겨드리기 운동'에 동참했었다. 더불어 아파트 미화 담당 여사님도 챙겨드렸다. 코로나 때문에 기사님들이 과로사하시는 마당에 택배를 너무 많이 시켜서 마음의 빚을 덜어내기 위함이었다.


 나이를 먹으니 아무나 붙잡고 선물을 쥐어주는 주책바가지가 되어간다. 어르신들이 주머니에서 홍삼사탕을 하나씩 꺼내서 건네주는 게 이제는 이해가 간다. 비록 내 취향과 안 맞는 홍삼사탕이지만 나는 고마워하고, 어르신은 나의 고마워하는 모습에 충분히 흡족해 하시는것이다.

 소소한 선물이 주는 힘은 나를 웃게 만드는 힘이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어쩌면 상대의 미소를 보면서 내가 만족하는, 선물은 엄청나게 이기적인 행동인 것 일수도 있다.


 유튜브에선가 어디선가 봤는데 사람은 위로하고 싶어서 위로를 한다고 한다. 내 욕심과 내 만족을 위해 봉사하고 위로하는 것이다. 선물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나를 위해서 하는 행동들. 그래도 그런 만족이라면, 세상을 따뜻하게 하고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 이기심과 욕심이라면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에코백 안에 그 누군가에게 쥐어줄 조그마한 해바라기씨 초콜릿을 넣어 다니고 있다.


+한줄요약 : 선물은 기분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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