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시간 Apr 16. 2023

다정함을 잃어버린 나날들


다시 글을 쓰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개학을 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연이은 술자리가 있었고, 과다한 업무에 짓눌렸고, 운동을 열심히 했으나 몸이 아팠다. 읽고 쓰는 편안함은 잊은 지 오래되었고 아이와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은 사라져 버렸다. 하나하나 생각해 보면 내가 늘어놓은 일들이라 누구도 탓할 수도 없었지만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냥 그때는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예전에 나는 분명 이렇게 몰아치는 일들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하나하나 차분하게 해 나갔던 것 같은데 지금은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모든 일을 미뤄놓고 지금 당장 즐거울 수 있는 일들만 찾았다. 다음날 몰아치는 후회와 자책 속에서 지금 이쯤에서 어딘가 쉼표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다정하고 친절한 태도를 잃어버린 채 보내는 이런 시간을 언제까지고 유지할 수는 없으니까.


3월부터 매주 한두 번씩 있던 술자리를 멈추고 주말에 있던 약속들을 취소하고 이제야 편안한 주말을 맞이한다. 막히는 것 없이 쉽고 편안한 에세이도 술술 읽고 무언가 쓰고 싶다는 욕구에 응하는 시간도 가진다. 참 나를 알 수가 없다. 혼자 너무 오래 있으면 외로움이 몰려와 그 외로움이 하루를 우울로 만들어버리기도 하는데 또 정신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에너지를 쓰다 보면 혼자 충전하는 시간이 꼭 필요해진다. 이번 충전을 바탕으로 내일은 새벽기상도 다시 시작하고 운동도 다시 시작해 보려 한다.


중요한 건 하루를 보낼 때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의 80%만 사용하기이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내 할 일만 하면 됐던 20대가 아니기에 내일 쓸 에너지까지 끌어다 오늘 다 쏟아부어버리면 안 된다. 여태 체크리스트에 가득한 할 일을 항상 마치지 못한 채 뒤로 미룰 때마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게 서글펐고 해내지 못한 나를 원망했다. 24시간은 정해져 있는 건데 48시간 안에도 해내지 못할 일들을 해내려 욱여넣다 보니 자꾸자꾸 멀리 도망가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이렇게 도망쳐 놀면 노는 동안에도 할 일이 생각나 맘 편히 놀지 못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오늘은 끊어내기 위해 주말이지만 밀린 일을 시작한다. 귀찮고 억울하고 자꾸만 다른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내일부터는 내가 만족하는 내가 되어있을 것을 믿으면서.  

이전 15화 나의 불안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