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을 쓰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개학을 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연이은 술자리가 있었고, 과다한 업무에 짓눌렸고, 운동을 열심히 했으나 몸이 아팠다. 읽고 쓰는 편안함은 잊은 지 오래되었고 아이와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은 사라져 버렸다. 하나하나 생각해 보면 내가 늘어놓은 일들이라 누구도 탓할 수도 없었지만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냥 그때는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예전에 나는 분명 이렇게 몰아치는 일들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하나하나 차분하게 해 나갔던 것 같은데 지금은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모든 일을 미뤄놓고 지금 당장 즐거울 수 있는 일들만 찾았다. 다음날 몰아치는 후회와 자책 속에서 지금 이쯤에서 어딘가 쉼표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다정하고 친절한 태도를 잃어버린 채 보내는 이런 시간을 언제까지고 유지할 수는 없으니까.
3월부터 매주 한두 번씩 있던 술자리를 멈추고 주말에 있던 약속들을 취소하고 이제야 편안한 주말을 맞이한다. 막히는 것 없이 쉽고 편안한 에세이도 술술 읽고 무언가 쓰고 싶다는 욕구에 응하는 시간도 가진다. 참 나를 알 수가 없다. 혼자 너무 오래 있으면 외로움이 몰려와 그 외로움이 하루를 우울로 만들어버리기도 하는데 또 정신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에너지를 쓰다 보면 혼자 충전하는 시간이 꼭 필요해진다. 이번 충전을 바탕으로 내일은 새벽기상도 다시 시작하고 운동도 다시 시작해 보려 한다.
중요한 건 하루를 보낼 때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의 80%만 사용하기이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내 할 일만 하면 됐던 20대가 아니기에 내일 쓸 에너지까지 끌어다 오늘 다 쏟아부어버리면 안 된다. 여태 체크리스트에 가득한 할 일을 항상 마치지 못한 채 뒤로 미룰 때마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게 서글펐고 해내지 못한 나를 원망했다. 24시간은 정해져 있는 건데 48시간 안에도 해내지 못할 일들을 해내려 욱여넣다 보니 자꾸자꾸 멀리 도망가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이렇게 도망쳐 놀면 노는 동안에도 할 일이 생각나 맘 편히 놀지 못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오늘은 끊어내기 위해 주말이지만 밀린 일을 시작한다. 귀찮고 억울하고 자꾸만 다른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내일부터는 내가 만족하는 내가 되어있을 것을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