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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시간 May 09. 2023

어버이날의 단상

어버이날이 지나갔다. 무엇을 기념하는 날이 이제는 가볍게 웃고 지나가는 날이 되지 않는다. 기념의 대상이 되었을 때에는 왜 나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지 고민하게 되고, 기념의 대상이 되지 못했을 때에는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어버이날도 그런 날이 되고 말았다. 2주간 아픈 아이를 봐준 부모님에게 가서는 아이가 아팠던 흔적이 남아있는 게 부모님 탓인 양 툴툴거렸고, 어버이날이 되자 아이는 아빠가 보고 싶다며 아빠에게 갔다 왔다. 위로도 아래로도 만족스럽지 못한 어버이날. 특별한 효도를 하거나 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오히려 평소보다도 못해버린 효도 앞에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다. 부족한 자식이고 부족한 부모라 느껴진다.


아이가 아이 아빠인 전남편을 만나러 가면서 정성스럽게 편지를 쓰는 모습을 보면서 기특하기도 했지만 한편 서운한 마음도 감출 수가 없어 "왜 엄마한테는 편지 안 써줘?"라고 물었다. 아이는 "엄마는 매일매일 보지만 아빠는 가끔씩 보잖아. 그러니까 아빠가 더 외로워. 엄마 서운해하지 마." 나의 말투에서 감정이 전달되었는지 서운해하지 말라는 말까지 덧붙이며 편지를 마무리하는 아이의 손가락을 보며 나는 끝내 섭섭함을 느꼈다. 우리 부모님이 느꼈을 감정을 아이를 통해 반추하게 된다. 나의 투정에도 아이와 내가 먹을 반찬을 바리바리 싸 차에 실어주시고 안전하게 운전하라며 내 차의 흔적이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지켜보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의 부모님처럼 나도 아이에게 바라지 않는 사랑을 줘야지. 방금 아이에게 내비친 서운함이 창피하게 느껴져 다시 꾸깃꾸깃 집어넣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어쩌면 엄마인 나는 같이 살며 매일매일 사랑을 확인하고 느낄 수 있어 어버이날이라는 특별한 날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이도 아마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아이아빠가 아이에게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걸. 아빠의 멀어짐을 느껴 사랑을 증명하고 확인하면서 더 가까이 가려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데 오히려 이렇게 이름이 붙여진 무언가는 그 안에 속해있지 않거나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들을 더 배척하는 느낌이 든다. 나와 아이, 우리 부모님을 포함한 우리 가족에 더해 내가 아는 주변의 모든 좋은 사람들이 한순간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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