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이혼을 견디는 중입니다.

by 단시간

전남편과 셋이 살던 집에서 아이와 단 둘이 이사 나온 지 3주차이고 벌써 2주는 꽉 채웠다. 아니, 벌써 이렇게 됐나 싶다가도 그동안의 심경변화를 생각해보면 시간이 이것밖에 흐르지 않았나 한다. 아이에게 집중하려던 마음은 정작 나를 챙기기에 급급했고 청소, 빨래 같은 집안일이나 업무에 밀리고 말았다.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얄팍한지 아이의 감정을 살피겠노라고 두터운 결심을 해놓고서는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 흔들려 정작 봐야 할 것은 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그동안 아이도 나름의 방식을 찾아 견디고 있었을 거라 믿었다. 종종 아빠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하고 종종 예전에 집에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믿음은 자기 위안이었을 뿐, 사실이 아니었다. 아이는 두 번째 아빠와의 만남 후 아빠 차에서 엄마인 나의 차로 옮겨 타며 이 상황이 도대체 무엇인지, 왜 이렇게 된 건지 혼란스럽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따로 떨어져 사는 2주 사이에 벌써 두 번이나 따로 아빠를 만나고 왔는데도 아직도 이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 사실 아이의 정확한 마음이 무엇인지 이날까지도 몰랐다.




엄마, 나 아빠 차를 탔는데 엄마가 타던 앞자리가 보이더라,
그 빈자리가 보이니까 너무 슬펐어.
내가 타던 자리에서 자꾸 엄마 자리가 자꾸 보이는데 엄마가 없으니까
내 마음에 먼지가 쌓이는 것 같아.



아이가 한 말에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마음을 이고 지고 겨우겨우 한 발자국씩 내디디고 있는데 앞의 통로가 쾅쾅쾅하고 하나씩 닫히는 게 귀로, 눈으로 오감으로 느껴졌다. 아... 아이는 참고 있었구나. 이 모든 과정을 아무리 설명해주고 우리가 행복해지는 길임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해주어도 아이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누르면서 겨우 참고 있구나. 항상 남을 생각하고 남의 기분을 고려하는 아이로 키우려 노력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맞을 줄이야. 내가 그렇게 교육을 시킨 결과 아이는 정작 엄마의 기분, 아빠의 기분을 생각하느라 자신을 내팽개치고 있었다. 그래 이 모든 게 나의 업보이다. 아이의 몇 마디가 갑자기 내 삶을 와르르 무너트려 바닥도 없이 내려가고 있다. 추락하면서 바닥에 부딪히느니 이대로 그냥 계속 추락하고 싶었다. 울음이 작은 틈 사이로 이리저리 튀어나오려는 것을 겨우겨우 막았다.




엄마, 우리도 다른 가족처럼 엄마, 아빠 같이 지내면 안 돼?
엄마, 아빠가 나 잘 때 그렇게 많이 싸웠나?
내가 잘 때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싸움을 더 말릴걸 후회가 돼.


아.. 아이가 뒤 이어서 하는 말들에 결국 울음이 밖으로 터져 나와 버렸다. 꺼이꺼이 울었다. 주차된 차 안에서 뒷좌석으로 가 아이를 붙잡고 아이보다도 더 크게 울었다.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9살 아이에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게 했을까, 왜 9살 아이의 인생에 그늘이 드리우게 했을까. 나 자신이 한심하고 비참했다. 내 뜻이 아니었음을, 잘잘못을 따지자면 아빠의 비중이 컸음을,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이의 아빠에게 계속 같이 살자고 빌어볼걸. 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지난 결혼생활과 그 이후의 반성마저도 모두 후회로 만들었다.




에이 엄마 우니까 못생겼어. 울지 마.
그래도 엄마, 나도 상담 선생님 만나면 펑펑 울 수 있지? 나는 상담 선생님 만날 수 있어?



주체하지 못하게 눈물을 흘리는 엄마를 보며 아이는 또 나의 기분을 파악해 농담을 던진다. 그래, 엄마가 너보다도 우리를 헤아리지 못했네. 그래 그만 울게. 그래도 울면 좀 후련해 지거든. 너도 꼭 이렇게 엄마처럼 울어봐 후련해질 거야. 엄마도 후련해지려고 마음을 가볍게 하려고 운 것뿐이야. 엄마 앞에서도 울어도 되고, 상담 선생님이 필요하면 엄마가 데려가 줄게. 결국 아이가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의 반에 반도 내가 미치지 못하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나는 울음을 멈추었다.


아이는 그 이후로도 갑자기 나에게 죽음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 전에 없었던 틱 증상이 나타나 심란한 마음이다. 언제 이 두렵고 막막한 길을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이와 나를 위해 시간의 흐름을 타고 나아가야 하기에. 언젠가 이 일을 지난 추억처럼 이야기할 만큼 이 상황이 가뿐해져야 하기에 힘을 내보려 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내일은 꼭 더 많이 안아줘야지.

내일은 꼭 아이의 마음을 보고 눈을 마주쳐야지.

내일은 꼭 서로의 온기에 이 기나긴 시간을 녹일 힘을 나누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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