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시킨다.
너무나 고된 날이었다. 자잘하고 곤란한 일들이 모여 힘든 하루를 만들었다. 새벽에 잠이 깨버려 다시 잠을 이루지 못했고, 5명의 학부모와 상담을 하고 퇴근했다. 퇴근 후에 일정이 끝나고 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이의 완치 소견서를 받기 위해 병원을 갔다. 1시간을 기다리고 겨우 진료를 받았는데 그 병원에서 초진을 받은 게 아니어서 소견서를 발급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놀이터에서 약속이 있다는 아이를 설득하고, 1시간 동안 배고픔에 징징거리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겨우 받은 진료였는데... 방침은 방침이니 초진을 받았던 병원으로 30분을 이동해 병원에서 또 대기를 했다. 겨우 소견서를 받고 나오는데 갑자기 이가 아프다고 하여 치과를 찾았는데 길이 헷갈려 한참을 헤맸다. 그냥 당장 눕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리고 도착한 치과.
그 치과에서 놀라운 친절을 경험했다. 사실 병원이라는 곳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친절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의사의 자세한 설명과 따스한 말투. 그리고 아이의 치아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부분을 가벼이 덮어버리는 소견, 묻지 않은 부분도 세세하게 체크해주는 꼼꼼함. 지친 하루가 의사 선생님의 정겨운 말투와 친절한 태도로 치유되었다. 왜 그렇게까지 감사함을 느꼈는지 생각해보니 아이를 낳고 나서는 어디를 가나 아이에게 친절한 사람을 만나거나 친절한 가게를 가면 정말 고마웠다. 누구나 할 수 없고, 모두에게 기대하면 안 되는 친절이기에 만날 때마다 더욱 감사했다.
주차를 하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 항상 들던 가방조차 너무나 버겁게 느껴지는 하루였는데 그래도 조금은 따스한 기운을 느끼며 집에 간다. 친절이란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함. 또는 그런 태도'라고 네이버 국어사전에 나와있다. 직업 특성상 대체로 나에게 친절하고 나는 남에게 친절하긴 하지만 정신없이 돌아가는 하루는 무엇인가를 쳐다볼 겨를도 없이 바쁘게 지나간다. 잠시만 멈추고 서로에게 친절을 베풀면서 각자의 삶 안에 꽉 차 있던 불만과 비난이 풀어졌으면 좋겠다. 찾다 보니 친절을 연구하는 연구소(https://kindness.ucla.edu/)도 있는 모양이다. 친절이 정말 치유 과정에 도움이 된다는 탐구과정도 기록되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기, 다른 사람의 친절에 감사하기. 그리고 서로가 메워지는 치유. 초등학교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이야기 하나도 그냥 보지 않고 글쓰기를 통해 깊게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