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도서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그들은 그 상황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그저 덜덜 떨기만 한다. 다음에 무엇이 올지, 아니 오기나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한 발짝 벗어나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과거의 방식을 벗어던지면 더 많은 해답, 더 좋은 해답을 선물로 얻는다. 이 과정은 저절로 돌고 돌면서 점점 더 풍성한 선택의 기회가 되어 우리를 찾아온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p289
최근에 읽은 인문 도서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의 13번째 챕터 '길을 읽어야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다'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이 구절 바로 윗부분에 이런 말이 나온다.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애인과 헤어졌을 때 최악의 상태를 견딜 수 있는 건, 다음번에는 더 좋은 걸 얻게 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 구절을 읽고 이전에 나의 선택 아닌 선택들이 떠올랐다.
평생을 다닐 거라 다짐하며 기쁜 마음으로 입사했던 나의 첫 직장. 그리고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좋은 선배들과 동기들과 만족스러운 나날들이었던 그 시절.
하지만 나를 뽑아주었던 팀장님이 다른 회사로 떠나셨고, 나의 버팀목이었던 사수가 회사에서 보내주는 연수를 떠나셨고, 항상 시크했지만 알게 모르게 의지했던 내 고등학교 선배도 이직, 나를 회사로 이끌어준 대학원 선배마저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박사과정으로 떠나게 되었을 때 시작되었다. 나의 고난이.
새로 바뀐 팀장님은 그 당시 대리 직급인 나를 만족스러워하지 못하셨고, 점점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물론 팀장님만의 스타일이었고, 이것이 나에게만 해당하지는 않았지만 유독 나에게만 심하게 느껴진 건 그 당시 내가 지쳐있기 때문이었을까. 입사 4년 차에 프로젝트 리더를 맡고 있었고, 리더를 맡기에는 나 또한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고, 하지만 그 부담을 맡을 사람을 그 당시 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팀장님은 그런 나를 더 혹독하게 가르치고 감시했을 터. 하지만 이미 4년 동안 연구원의 특성상 주말도 없이 지방 현장까지 오고 가며 일한 나에게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니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렇기에 평생을 다닐 거라 다짐했던 그 좋은 직장을 아무런 계획도 없이 4년 하고도 한 달이 조금 지나 그만둔 나. 물론 보통은 그만둘 때 이직할 회사를 알아보고 그만두는 게 보통이라 이직할 회사도 없이, 계획도 없이, 그만둔 나에게 회사의 선배들을 비롯하여 나의 친구들은 모두 말렸지만, 그 당시 어떤 말이든 들을 내가 아니었기에 그냥 그만뒀다. 그리고 근 5개월을 먹고, 자고, 운동하고, 소설책만 읽으면서 지냈다.
그 후 5개월 만에 취직한 두 번째 직장의 팀장님은 알고 보니 전 직장 선배였다. 물론 내가 다닐 적에는 이미 그만두신 후였지만 전 직장이 어떤 곳인지, 어떤 업무를 하는 곳인지 상세히 알고 계셨다. 그리고 전 직장에서 내가 친하게 지냈던 타 팀의 팀장님과 전 직장을 다닐 당시 기숙사 룸메이트이셔서 레퍼런스 체크를 이미 다 하신 후 나를 뽑으셨다는 사실을, 이전 직장 선배에게 새로운 직장에서 합격 통보가 오기 전에 알아버렸다. 그래서 새삼 깨달았다. 사람이 어찌 됐든 착하게 살아야 하는구나, 모든 사람은 살다 보면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르는구나라는 사실을. 그래서 첫 직장을 선택아닌 선택으로 그만둔 나는 그럼에도 첫 직장의 도움으로 두 번째 직장을 얻게 되었고, 두 번째 직장에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옆 팀 선배가 소개해 준 소개팅에 나갔다가 지금의 신랑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아마 내가 꾸역꾸역 참고 첫 번째 직장에 계속 다녔다면 난 첫 번째 직장에서 하는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고, 신랑도 만나지 못했겠지. 두 번째 직장은 첫 번째 직장과 분야도 전혀 달라서 내가 더 많은 것을 공부하고 배워야 했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지금은 그 일 마저 하지 않지만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의 신랑을 만났으니까. 이보다 더 큰 이득이 있을까.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최악의 사태'란 자신을 발견하는 제2의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이 책의 이번 챕터 마지막 문구인 이 말이 나뿐만이 아니라 이 글을 우연히라도 읽는 여러분께도 해당하는 말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