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생긴 변화
책을 한 권 읽었다.
거창하게 이런저런 소감보다는 이 책을 읽은 3일 동안 우리 집에 생긴 변화를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으로 인해 내가 얼마나 움직였고,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가 곧 독후감이다.
- 현관에 있던 우산을 신발장 안으로 이동시켰다.
원래 우산은 현관 앞 우산꽂이에 모아두었다.
우산은 쓰는 날보다 안 쓰는 날이 더 많은데, 매일 나와있으니 알록달록 산만해 보이고 괜히 먼지만 쌓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신발장 안 수납공간을 좀 정리하고 압축봉+고정 홀더를 부착해서 우산을 걸어주었다.
그리고 우산꽂이가 있던 자리엔 방향제를 두었다.
우산 뭉치 대신 방향제를 놓으니 좋은 향기가 솔솔 나, 지날 때마다 기분이 좋다.
- 무방비 상태로 열려있던 인스턴트커피 봉지를 밀봉했다.
평소엔 잘 마시지 않는 블랙커피 봉지를 열린 채로 방치해 뒀었는데, 집게로 깔끔하게 밀봉해 줬더니 더 이상 신경 쓰이지도, 시선을 빼앗기지도 않는다.
- 식탁 위에 있던 휴지&물티슈 바구니를 없애고, 휴지만 올려두었다.
아이들이 어리다는 핑계로, 여태껏 물티슈를 쉽게 사용했는데 이번에 과감하게 치워봤다.
치운 지 며칠 지났지만, 아직까진 크게 불편하지 않다.
자리만 차지하는 바구니는 다른 곳(화장실)에 쓰임을 부여하고, 바구니 안쪽에 모아놓은 배달음식 냅킨은 지퍼백에 담아 외출용 가방에 쏙!
식탁 위에 덩그러니 있는 휴지 모습이 이쁘지 않아 휴지케이스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사용할 때 불편할 것 같아 pass- 이대로 두기로 했다.
- 세면대 물때를 제거하고, 거품이 안 나는 비누를 교체했다.
나는 작가처럼 욕실 청소를 매일 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세면대 주변은 가족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도록 깨끗하고 편하게 유지하고 싶다.
- 옷장 속 옷봉과 옷 위치를 변경했다.
우리 집 옷장은 왼쪽에 내 옷(위)/아이들 옷(아래), 오른쪽에 남편 옷이 걸려있었다.
이중 내 원피스, 롱패딩이 아이들 옷과 간섭이 심해 불편했다.
그래서 아이들 옷봉을 좀 더 낮은 위치에 재설치하고, 위쪽엔 우리 부부의 긴 외투를 한데 걸었다. 그리고 오른쪽 옷장엔 그 외 내 옷(위)/남편 옷(아래)으로 바꿔 걸었다.
기존 옷봉 브라켓을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봄에 패딩을 정리하면 유연하게 옷봉위치를 다시 조정할 수 있다.
- 아이 방 무선 조명 리모컨의 보관방법을 바꿨다. 기존에 프레임과 매트리스 사이에 북스탠드를 끼워 자석 테이프로 붙였었는데, 북스탠드를 치우고 침대 가드에 붙였다.
- 책장 아래 칸에 칸막이를 더 추가하고, 도서관 책 전용 칸을 마련했다.
다이소에 하얀색 네트망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노란색으로 사 왔는데, 설치하고 보니 노란 칸막이도 잘 어울린다.
책장 아래 칸에 있던 문구류는 위쪽으로 올려줬다. 문구류를 한데 모아놓으니 더 깔끔해 보여 만족스럽다.
- 소독수 스프레이와 세척솔을 개수대 밑 공간으로 옮겼다.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두 번 사용하는데, 굳이 개수대 주변에 나와있을 필요가 없겠더라. 개수대 밑 공간에도 물건이 많아 다른 물건 위에 쌓거나 겹쳐두어야 하지만, 사용에 불편함은 없으니 괜찮다.
위에 적은 변화는,
책이 직접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그것을 그대로 적용했다기보단, 현재 우리 집 상황에 맞게 방법을 고민하고 변화를 줬다고 말하는 게 맞을 듯하다.
분명한 건,
이 책이 나로 하여금 더 나은 살림을 고민하게 하고, 즉시 행동하게끔 동기를 부여해 줬다는 것이다.
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쁘게 수납하고 싶어서 물건을 줄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불필요한 물건이 넘쳐나 공간을 점령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불편하다면 어느 정도 비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쁜 수납을 원해서 물건의 필요성도 따지지 않고 비우는 것, 또 이쁜 수납을 위해 수납용품을 사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현재 우리 집에 뭔지 모르게 신경 쓰이는 곳이 있지만 그냥 이대로 둘지, 바꿔야 할지 고민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당장 움직이게 할 것이다.
또, 우리 집은 지금 완벽해~ 더 할 게 없어~ 하는 경우에도 이 책을 권한다.
완벽하다 생각했던 집에 화룡점정이 될 아이디어를 얻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