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고구마 먹지 마오!



“3반 선생님, 아침마다 이렇게 구우시려면 힘드실 텐데. 감사합니다.”


“에이 뭘요. 여기저기서 고구마를 줘서 집에 많아요. 근데 부장님은 고구마 껍질도 안 까고 바로 드시네요?”


“네, 껍질째 먹으면 맛도 있고, 건강에도 더 좋다고 해서 저는 껍질째 먹습니다.”


우리 학년 부장 선생님은 고구마를 껍질째 먹으면서도 맛있게 드시는 개인기의 소유자였다.


“부장님, 잘 드시는 것 보면 저도 기분이 참 좋아요. 아침 일찍 버스 타고 다니시려면 힘드실 텐데 배고프실 때마다 오며 가며 고구마 꼭 챙겨 드세요.”


“네, 누님 감사합니다.”


3반 선생님의 구운 고구마는 마치 정기배송처럼 꾸준하게 공급되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고구마를 혼자 먹을 땐 꼭 물이 필요했는데, 연구실에서 같이 먹는 고구마는 물 없이도 먹을 수 있었다. 이게 너무 신기해서 남은 고구마를 교실에 들고 와서 혼자 먹어 봤다.(궁금한 건 못 참지.) 고구마를 입에 넣고 몇 번 씹는 순간 느껴지는 이 퍽퍽함. 당장 물을 마셨다. 그 순간 느꼈다. 동학년의 힘을. 그들과 같이 먹는 고구마는 물이 없어도 잘 삼켜졌다.


“오늘도 고구마 잘 먹겠습니다.”


오늘도 감사의 인사로 물없이 고구마 먹기가 시작되었다. 오늘의 주제는 재테크.


“제가 월세 받는 집이 있어서 종소세를 내는데, 아, 이 세금 만만치 않네요.”


부장님의 볼 맨 소리에 3반 선생님의 눈이 동그래졌다.


“종소세가 뭐예요?”


“아, 종합소득세라고 하는데요. 저는 월세를 받아서 종소세를 따로 내야 해서요. 요즘 세금 때문에 골치 아픕니다.”


“아 뭐야! 부장님 부자였네! 한 달 용돈도 엄청 조금 쓰시고, 차 대신 버스 타고 다니시길래 난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고구마 구워다 줬는데!”


재테크에 문외한이신 3반 선생님은 학년 부장 선생님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신 듯 보였다.


“심지어 우리 부장님 흙 먹을까 봐 난 아침마다 수세미로 고구마를 열심히 닦았다고! 근데 이거 보니 내가 부장님 고구마를 구워다 줄 게 아니야! 부장님, 이제 고구마 안 줄 거예요! 고구마 먹지 마요!”


“하하하하하.”


그야말로 ‘빵 터짐’이었다. 누나 같은 마음으로 매일 아침 다 말리지 못한 젖은 머리로 싱크대에 서서 고구마를 수세미로 닦았을 3반 선생님의 모습을 상상하니 더 웃음이 났다.


“누님, 그래도 고구마는 주십시오. 저 고구마 좋아합니다.”


“안됩니다! 부장님 빼고 나머지 선생님들만 줄 거예요. 다른 선생님들은 먹어도 됩니다.”


“선생님, 저희는 고구마 먹어도 되는 거예요?”


3반 선생님은 우리를 쭉 훑어보셨다. 마치 우리의 이마에 자산이 적혀있는 것처럼 우리 한 명 한 명 이마에 시선을 콕콕 찍으셨다.


“응, 다른 반 선생님들은 고구마 먹어도 됩니다. 부장님만 먹지 마요! 부장님은 스테이크 같은 거 먹어요!”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린 합격이었다.


“하하하하하.”


“근데 고구마 먹어도 된다는 말이 왠지 더 언짢은데?”


“맞아요. 이거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하하하하하.”


오늘도 웃으면서 꿀떡 삼킨 고구마는 물이 따로 필요 없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다문화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