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내가 원했던 것은 돈이었을까?

by Dr 정하늘의 Mecovery



2018년부터 파이어족, 경제적 자유가 유행이었다.

유튜브나 서점에는 30대에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는 사람들이 왜이렇게 많은거야.

부동산, 주식, 코인, 무자본 창업....나는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이제부터라도 얼른 근로소득을 모아서 경제적 자유에 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 공부는 잘하잖아? 공부하면 나도 할 수 있겠지?"

주식 강의도 듣고, 부동산 책도 사서 읽고, 거시경제도 공부하고, 삼프로 TV 도 열심히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공부할수록 결핍이 늘어간다는 것이다.

부자들의 이야기가 나와는 너무 먼 얘기처럼 느껴졌다.

그럴수록 불안하고, 그만큼 지난 세월에 대한 억울한 마음이 커졌다.

석박사 대학원 학비를 투자에 썼다면?

신경과 전문의하지 말고 피부미용을 일찍부터 배웠다면? 하는 식의 후회가 많아졌다.

씨드머니를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소비를 좋아하는 남편과 부딪히는 경우가 늘었다.

초조해하고 갑자기 막 투자 공부를 하겠다는 나를 보면서 남편은 걱정했다.

"요즘 책을 읽어도 돈 관련한 책만 읽는 것 같다고.."



05학번으로 의대에 입학했으니, 2022년, 입학한지 17년만에 혼란스러웠다.

만약 의사 업의 본질이 좋았던 거라면, 나는 돈을 못벌어도 지금 보람과 사명을 느껴야 하는거 아닌가?

그런데 진료가 싫다면.

잘 먹고 잘 살겠다고,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선택한건가.

그런데, 생각만큼 잘 먹고 잘 살지도 못하고 있는 건가.

일에서 보람도 못느끼고, 백화점 가서 쇼핑을 하기는 커녕, 돈걱정을 하면서 살고 있다니.




나는 애초에 노선을 잘못탄 것일까?

돈이 목표였다면, 의사가 되지 말았어야 했다.

장사를 시작했어야 했다.

아직도 기억한다. 예과 1학년때 수업에 들어온 교수님의 말씀이.

"혹시 부자가 되려고 의대에 들어온거라면, 잘못왔어.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어서 장사를 시작해."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말이 기억이 난다는 건, 뭔가 헉하는 포인트가 있었던 것임에 틀림없다.

근데 진짜 내가 원하는게 돈이 맞나?


세번째 알아차림.

나는 애초에 내 진짜 욕망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헷갈리는 선택들을 해왔다는 것.

돈이 목표였다면, 이렇게 길게 공부를 하지도, 신경과를 선택하지도,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하지도 않았을테지. 대체 내가 진짜 원하는게 뭘까.




휴직 후에는, 투자 공부를 그만하기로 했다.

지금부터라도 생산성이니 효율이니 상관없이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해보자.

고등학교 때 공부할 때 목표가 그게 아니었나?

나중에 나 하고싶은거 하고 살자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독서, 글쓰기.. 그래 나는 문과 체질이었는데..

그냥 내가 읽고 싶은 책이나 실컷 읽어보기로 했다.

'이거 읽어서 내 삶에 도움이 돼?' 라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철학, 뇌과학, 진화심리학, 행동심리학 관련한 책들을 읽어나갔다.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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