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인터뷰

by Dr 정하늘의 Mecovery

아, 그동안 남들 보기에 좋아보이고, 엄마 아빠가 원하는 방향을 따라 왔구나.

그런데 그 선택들에, 정말 내가 원한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었을까?

분명 내가 선택한 것들에도 어떤 이유가 있을텐데.


거창하게 나를 찾아보겠다고 결심은 했지만, 막막했다.

이제 진짜 내 욕망, 타자의 욕망이 아닌, 진짜의 내 것을 찾아야 되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진짜 내 것이라고 할만한 걸 어디서 찾아야 되나.

또 다시 "진짜 나 찾기"라는 거대하고 무서운 목표가 생겨버렸다.

목표가 생기니, 불안해졌다. 못찾으면? 시간과 에너지를 쓰면 찾을 수 있는거야?

쓸데 없는 데 또 시간 쓰는거 아니야?

나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자 했는데, 또 거창해졌네? 진지해졌네? 가성비 따지고 있네?

습관이라는건 이렇게나 무섭다.

비장한 목표를 지우고 오늘의 나에게 집중해보기로 했다.




나의 하루를 기록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겪는지, 하루 중 어떤 것들을 기억하는지 날것의 형태로.

그냥 매일 썼다. 어차피 시간은 많았으니까.

쓰다 보니, 알게 되었다. 기록이 나에 대한 메타데이터를 쌓아가는 것이구나.

쓰지 않으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겠구나.

써보니 보였다. 내가 하루의 대부분을 불안, 후회로 기억한다는 것.

그래서 그렇게 감사일기를 쓰려고 해도 안됐던거다.


네번째 알아차림.

나는 이렇게 부정적 생각이나 감정을 많이 경험하고 있구나.

부정적 감정을 파다 보면 불안함이 있었고,

불안함의 이유에는 내가 상황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불안한 이유는 불확실성을 못견디기 때문이구나.

지나간 것들에 대한 후회는 인정욕구에 붙잡혀 살아왔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후회의 화살은 보통 아빠에게로 향해있었다.




이걸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해방감이 느껴졌다.

왜냐하면, 내가 이상한게 아니라는 걸 책에서 읽었으니까.

뇌과학, 진화심리학 책에서 읽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부정적 생각이나 감정을 갖도록 진화했다는 것을.

어느 숲에 갔는데 누가 이상한 풀을 먹고 죽었다고 한다. 얼마나 놀라겠는가? 생존에 위협이 되는데.

그래서 우리 세상에도 좋은 뉴스보다 나쁜 뉴스가 더 잘 퍼지는 것처럼.

누가 용감하게 새로운 정글을 가봤는데, 거기서 사자를 만나 죽었다고 한다.

물론 누군가는 새로운 곳에 가서 미지의 땅을 개척해서 잘먹고 잘 살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보지 않은 곳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니까.

확실한 답을 알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떠오르는 생각들은 어떠한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지,

나만 느끼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니, 자유로워졌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그럴만한 맥락이 있음을 알게 되니,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해서, 더 나았을 선택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게 되었다.

매일 부정적 생각이나 감정이 떠오르면 기록을 했다.

그런 감정이나 생각이 떠오르게 된 맥락을 들여다보았다.

'왜 또 이런 생각만 드는거야?'라는 검열은 하지 않고.



신기하게도, 부정적 생각의 메커니즘은 비슷했고, 부정적 감정이 유발되는 상황도 비슷했다.

대부분은 내가 평가받는 듯한 느낌, 내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불안했다.

아, 나 인정욕구때문에 그렇구나. 상대방이 진짜 그런 의도였을까? 나 혼자 그렇게 느낀게 아닐까?

그게 진짜라 하더라도, 그 평가가 내 인생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일까? 위협이 되는 일인가? 기록했다.


한번 맥락을 파악하고, '아, 그래서 그렇구나.' 라는 기록을 해둔 것만으로도,

비슷한 상황에서 부정적 반응이 반복되지 않았다.

똑같은 얘기는 지겹기 마련이니까.

어느날 보니, 부정적 생각들 대신 좋았던 기억들을 적는 날들이 많아졌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 변화가 더 신기했다.

'좋은 생각 해야지, 감사해야지.'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된다고?

떠오르는 대로 기록을 하고, 그 맥락을 발견하고,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고.

그 과정 속에서 나모르는 사이에, 나에 대해서 더 나은 스토리텔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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