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부끄럽지만 고백하나 하자면, 필자는 얼마 전에야 ‘최애’라는 말을 알게 됐다. 최애라는 말은 진즉 여러 곳에서 운위 돼서 단어 자체는 익숙했는데 뜻 자체는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최고로 애정 한다라는 뜻이란다.
갑자기 최애를 왜 찾느냐 하면 그만큼 애정 하는 드라마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JTBC의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다. 기존에는 최고로 애정 했던 작품이라면 망설임 없이 ‘굿닥터’를 꼽았는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그 자릴 갈아치운 것이다. 그렇다면 왜 최애 작품이 됐는지 말해보고자 한다.
지나치게 솔직한가. 즐겨보던 드라마였던 JTBC의 ‘미스티’를 떠나보내느라 꽤나 서운했던 나는 목마름을 채울 작품이 필요했다. 그 갈증을 방송사도 알았는지 곧 이별이 쓸쓸하지 않게 해주더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티저를 보고 나서의 느낌이다. 그러고 나서 바로 이렇게 속삭였다. “이건 봐야겠다.”
잔잔한 <스탠바이 유어 맨>의 선율과 빗속을 걷는 두 사람. 조용하지만 부족하지는 않았던 광경을 마주하고는 결심한 것. 이미 눈치챘겠지만, 사실 나는 배우 손예진의 팬이다. 물론 부끄러움이 많은 탓에 적극적인(?) 팬은 되지 못하지만 그녀가 출연한 작품은 드라마와 영화 가리지 않고 많이 본 것 같다. 그러니 참새가 방앗간 지나칠 수 있나. 게다가 이번 작은 5년 만의 드라마 작품이라는데 더더욱 봐야지.
서른 중반의 끝을 달리는 나는 전형적인 남자이지만, 영화나 드라마 취향이야말로 다른 남정네들과는 많이 다르다. 호쾌한 액션이나 호러 영화보다는 잔잔하거나 몽환적인 감정적 작품을 선호한다. 때문에 멜로 장르를 많이 보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래서인가. 드라마 속 연애는 참 뻔했다. 그 뻔한 예감은 어쩌면 단 한 번도 틀리지 않는지.
그런데 누나의 연애는 좀 달랐다. 손예진이 연기하는 윤진아라는 인물은 첫 회부터 남자 친구로부터 ‘곤약’으로 낙인찍힌다. 드라마 속 대사를 인용하자면,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그런 곤약’ 말이다. 보통 여주인공은 공주이거나 애달픈 사연을 가진 청순한 사람이기 마련인데 그 공식을 완전히 삭제시켰다.
또 무조건 연애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가 견뎌야 하는 고단한 삶도 있다. 주인공의 직업상 빠질 수 없는 커피와 애환을 달래줄 술이 공존한다. 물론 카페인과 술이 모든 시름을 달래진 못하지만, 이것들이 함께함으로 해서 연애만 존재하던 기존의 드라마와는 결을 달리한다. 오히려 연애는 커피와 술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갈증을 위해 거드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만큼 리얼하다는 말이다.
준희(정해인 분)와 진아의 연애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것처럼 철학적이거나 <피타고라스의 정리>처럼 피 터지는 공식이 난무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랑학개론이라도 내야 할 법한 잡다한 이론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단, 이 둘이 지향하는 사랑의 방식은 간단하다. 서로에게 감추는 것이 없고, 예의를 갖추어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사실 이거면 됐지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게다가 마치 그 어려운 걸 해내기라도 한다는 듯 늦은 밤에 헤어져서 쪽잠 자고 그 새를 못 잊어 새벽에 또 만나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하게 한다.
사랑하는 데 있어 베스트 애티튜드를 가진 두 사람이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 같은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진아의 모친인 김미연(길해연 분)은 굉장한 현실주의자. 동가홍상(同價紅裳)이란 사자성어를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다. 내 딸을 어디에 내놓아도 꿇리지 않을 남자에게 시집보내고 싶은 것이 부모의 인지상정이지만, 도가 지나치다. 도를 넘어선 모친을 설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어려울 텐데 궁금하다.
뿐만 아니다. 진아의 둘도 없는 친구 서경선(장소연 분)은 또 어떤가. 친구를 넘어 핏줄. 아니 모녀간이 어울릴 정도로 진한 사이다. 진아와 준희가 정말 걱정해야 할 사람은 경선이 인데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이 모든 상황들이 진중함이 아닌 코믹하게 그려졌다. 그 점이 참 편하게 다가온다.
감 잡기 어려운. 어쩔 때는 빠르다가 또 어쩔 때는 느리기도 한 변덕스러운 유속이 존재하는 사랑의 강을 마침내 건넌다 해도 어려움은 늘 존재하듯 이들에게도 어려운 일은 닥칠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은 이미 시작할 당시부터 쉽지 않았다. 단지 그 과정이 조금 가볍게 그려졌을 뿐. 아마 그 어려움을 잊지 않고 있으리라. 잘 지켜내리라 믿는다. 귀를 정화시키는듯한 레이챌 야마가타의 음성이 극의 중간중간 흐를 때면 이 같은 내 주장에 더 힘을 실어주는 느낌을 받는다.
필자가 받은 재미와 감동을 이 글에 다 담고 싶었지만 역량이 이뿐이라 아쉽다. 진아와 준희는 잊고 지냈던 사랑이라는 단어에 연료를 공급해주었다. 그리고 실로 오랜만에 나의 어제, 그러니까 영원이라 믿었던 지난날을 추억하게 했다. 이젠 빛이 바랜 추억일 뿐이지만, 과거로 돌아가 변덕스러운 유속을 버텨내고 사랑의 강을 건넌다면 진심으로… 영혼까지 사랑했던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본문 이미지는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미지이며 출처는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공식 홈페이지 內 게시판 짤★공장 (퍼가요~♥)이고 본 프로그램과 이미지의 저작권은 JTBC에 있음을 알립니다. 더불어 해당 글을 향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본문에 실린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습니다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