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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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이란,
중구난방 넘실대는 그릇된 선을 부여잡는 중요한 잣대이다. 해서 기준은 시공과 상황에 관계없이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한다. 그러나 때로는 사람들이 정립한 기준이란 것이 스스로를 좀 먹게 하고 있진 않은지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이러한 문제의식 역시 지난번 리뷰한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상황에 비추어 갖게 된 것이긴 하지만 드라마가 그려내는 우리네 현주소를 다시금 성찰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보여 또 한 번 이야기하려 한다.
극은 초반을 넘어 어느덧 절정 단계로 흐르고 있다.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러나 극의 초반에 짚어볼 대사 한 줄이 있다. 같은 건물 다른 층에서 근무하는 두 사람, 진아(손예진 분)와 준희(정해인 분)는 같이 밥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연인 사이가 아니었고 친한 누나 동생 사이였다. 화려하진 않지만 뷰가 아름다운 곳에서 식사를 마친 두 사람. 그런데 마침 준희가 돌발 제안 하나를 한다. 다름 아닌 와인을 한 잔 하자는 제안이었던 것. 살짝 당황한 진아는 근무 중이라면서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는데 이게 웬걸? 준희는 그녀에게 한 방 크게 먹인다.
“금기의 영역을 뛰어넘어야 프로페셔널이야.”
딱히 맞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틀린 이야기도 아닌 그의 주장에 진아는 결국 동의하고 만다. 필자는 당시만 해도 우매해서 이 이야기가 곧 그들의 운명이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그 발언은 곧 그들이 겪을 멀지 않은 미래의 일이었으며 또 험난함의 시작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프로 연애사인 그들이라 해도 피하기 힘든 편견의 산… 그것은 다음과 같다.
늘 그렇듯, 몰래 하는 연애는 꼬리가 길고, 긴 꼬리가 밟히면 지독하게 힘든 건 당사자다. 직장동료의 눈을 피하고 누나와 절친의 눈을 피해서 하는 외줄 타기 같은 사랑이라 해도 마치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 때문에 결국은 감추려야 감출 수가 없는 상황에 이른다. 둘만의 묘한 기류를 뿜고, 수상한 사랑의 향기 같은 것을 뿌려대다가 나중에는 되레 자신들 스스로가 공표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물론 드라마 상에서는 공표하는 대담함을 보이진 못했지만 마음만은 굴뚝같은 주인공들의 감정선은 쉬이 읽힌다.
어쨌든, 공표하든 누군가에 의해 세차게 꼬리가 밟혔든 간에 사내 사람들은 둘의 관계를 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둘의 나이차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남녀 사이에서 여자가 좀 더 어려야 한다는 정말 이상한 편견이다.
실제로 진아와 친분이 두터운 부하직원 이예은(이주영 분)도 준희로부터 둘의 교제 사실을 직접 들었을 때, 처음 한 말이 바로 “왜요?”였다. 뿐만 아니라 금보라(주민경 분)로부터도 “부럽다.”는 소릴 들었음을 감안할 때, 물론 교제 자체의 부러움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남자 친구가 여자보다 어리다는 측면을 더 추켜세운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직계혈족 즉, 가족 친지 간 혼인이 금지되어 있다. 하다못해 동성동본도 결혼을 금하지 않는다. 친구 동생이란 명분은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느 하나 흠잡을 구석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래 봐왔다, 여자보다 어리다, 절친의 동생이다. 이런 억지는 공허한 고집의 불과하며 또한 이러한 연유의 연장선으로 자식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자식같이 잘 아는 사이라면 깊은 내면을 아는 것 역시 시간문제일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슬 퍼런 두 눈을 뜨고 격렬히 반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무언가를 마음속에 바라고 상대를 대하거나, 아니면 어떤 대가를 얻었을 때 그 사람을 아끼는 것은 사랑이 아닌 좋아함에 지나지 않는다. 내 입맛(?)에 꼭 맞으니 멀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참사랑은 무언가를 바라지 않으며 오히려 상대가 나로 하여금 해를 당하게 해도 꾸준히 긍휼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또한, 성경에는 사랑의 정의가 아주 잘 기록되어 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신약전서 고린도전서 13장 4~7절 개역개정)
완벽한 사랑의 형태다. 물론 진아와 준희의 연애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 둘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한데 그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바로 진아의 모친이다. 일전에 진심으로… 영혼까지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되다라는 글에서 김미연(길해연 분)의 마음을 인지상정이라 표현했는데 그것 역시 과하면 집착이 되는 건 당연한 일.
오죽하면 진아를 매몰차게 찼으면서도 지독하게 괴롭히던 이규민(오륭 분)을 선호했을까. 철저히 타인에게 자랑하고 싶고 고개에 힘주고 싶은 마음. ‘이왕이면’이란 명분 아래 딸이 조금 덜 고생하고, 잘 살면 좋겠지만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본인에게 있다.
단적으로 금주 금요일 예고를 보면 미연이 준희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넌 내 기준에 미치질 못해.”
자. 이쯤 해서 다시금 서두에 언급했던 기준에 대해 생각해 보자. 기준이란 정신없고 어지러운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 덕목이다. 따라서 연애와 결혼에 어떠한 조건이나 이유들이 절대화될 수 없으며, 만일 세상을 뒤엎을 상황이 아닌 개인적 상황에 의해 관계가 와해됐다면, 그것은 기준 때문이 아니라 조건 때문일 것이다. 결국 자기 합리, 내지는 변명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필자는 내로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글을 사랑해서 집필을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탓에 인지도가 낮다. 재능 역시 오직 펜을 드는 일뿐이다. 게다가 난 ‘만인의 편견’을 가진 장애인이다.
드라마 속 김미연과 같은 드센 엄마가 아니라고 해도 그 어느 누가 내게 당신 딸을 맡기겠나. 만에 하나 인내심이 우주 최강인 예비 장인과 일대일로 술을 기울이는 기적과 같은 일이 있더라도 결국엔 ‘인지상정’을 운운하며, 도리어 자신의 심정을 이해해달라고 하시겠지.
철저히 가정이지만, 있을 법한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내게 결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누차 사랑이라고 쓰고 호흡이라고 읽는다 매거진에서 언급했듯 사랑이 끝나서 앞서 언급한 가정을 굳이 실제로 목도할 염려는 거의 없지만 드라마상에서라도 그릇된 기준이 깨지고, 진아 엄마가 백기 투항하는 그런 상황이 빨리 연출되길 바란다. 더불어 진아와 준희가 행복해하는 장면이 가득가득 담겼으면 한다.
진아와 준희는 그럴 자격이 있고, 더불어 그런 상황을 내 두 눈에 담으면 진심으로… 영혼까지 사랑했던 그 사람을 또다시 떠올리게 됐을 때에도 당당히 미소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더 많이, 내가 더 오래 사랑할게.”라는 말을 맘속으로 되뇌면서 말이다.
본문 이미지는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미지이며 출처는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공식 홈페이지 內 포토갤러리 게시판이고 본 프로그램과 이미지의 저작권은 JTBC에 있음을 알립니다. 더불어 해당 글을 향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본문에 실린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