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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May 07. 2018

윤진아를 위한 辯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③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스틸 컷. 출처 =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홈페이지 內 포토갤러리 게시판.



관련 글 ①

진심으로… 영혼까지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되다

관련 글 ②

그릇된 기준은 어디에서 왔는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이제 종반부를 향해 가고 있다. 본래 미디어 관련 리뷰를 할 땐 대부분 한 번으로 그치는데 왠지 모르게 이번엔 자꾸 가슴이 시킨다. 당초엔 지난 두 편의 글 게재로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으나 조금 더 덧붙일 말이 있어 적어보려 한다.    



윤진아를 위한 辯… 첫 번째

윤진아는 정녕 민폐인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공식 홈페이지 내 시청자 소감 게시판을 방문해 보면, 급부상하는 두 개의 키워드가 있는데 그건 바로 ‘윤진아’‘민폐녀’라는 단어다.



극의 초반에서 보여진 커리어우먼으로서의 당당하면서도 똑 부러진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리저리 휘둘리고 여러 사람에게 폐만 끼치는 무능한 여자라는 의견이다. 이 같은 의견이 대다수 시청자들의 입길에 오르내리는데 개인적으로는 윤진아(손예진 분)가 민폐녀라는 주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Ⅰ. With 서준희 

진아가 둘의 관계에서 민폐가 된 시발은 바로 이규민(오륭 분)과의 마지막 만남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핸드폰 교체가 필요했지만 명의가 규민의 앞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규민이 필요했고,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만남은 결국 불상사로 이어졌다. 그릇된 욕망을 품은 규민은 같이 죽자는 으름장을 놓고 진아를 태운 채 밤거리를 무작정 달렸다. 진아와 연락이 닿지 않자 서준희(정해인 분)는 진아의 지인들을 통해 안부를 백방으로 알아보다가 진아 신변의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하고, 끝내는 자신의 친구이자 진아의 친동생이기도 한 윤승호(위하준 분)의 도움을 받아서 규민의 번호로 전화를 건다. 그 시각 규민의 광란 어린 질주는 규민이 전화기에 한눈파는 사이에 진아가 핸들을 꺾어 종결된다. 공포의 시간을 지나온 진아는 마음을 다잡고 준희에게 상황을 알린다.



수화기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들은 준희는 또다시 연인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 해도 지켜야 할 예의는 있는 법. 상황이 어찌 됐든 전 남자 친구와의 연결고리가 잔재로 남은 것은 명백히 진아의 탓이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때 만약, 진아가 준희와 동행하에 규민을 만났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졌을까? 물론 신변의 안전이야 보장받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규민이 필요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둘은 마주쳤을 것이고 진아 입장에선 준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터.



비록 그 결과가 두 사람에게 좋지 않게 작용했지만 솔직히 비난을 하는 것은 결과론적 이야기일 뿐, 연인을 위했던 그녀의 마음만은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Ⅱ. With 김미연

김미연(길해연 분)을 설득시키는 과정에서 험난한 여정이 예상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상 그 이상이다. 당연히 미연이 쏟아내는 비난의 화살은 오롯이 준희의 몫. 그렇다 보니 시청자들은 서른다섯이나 된 진아의 행동거지를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허나 그건 주인공의 나이를 탓할 수만은 없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부모의 마음이 자신과 다르면 반항하고 역행하더라도 끝내는 축복받고 싶은 것이 사실 아닌가.



부모의 허락 없이 결혼할 수 있다는 어깃장이 실제로 사용 가능한 최후의 카드가 될 수는 있겠지만 자식의 입장에서 키워준 부모를 버리고 사랑을 택하는 것은 특히 한국에선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성인이 됐는데 왜 휘둘리느냐는 입장은 이해는 하지만, 그 이야기는 다시 말해 ‘멋대로 하라’는 이야기일 텐데 그것이야 말로 무책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윤진아를 위한 辯… 두 번째  

윤진아는 완벽주의 성향을 띤 지상 최대의 오지라퍼다



회사에서도 호평일색일 뿐 아니라 집안에서도 부친인 윤상기(오만석 분)의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는 진아는,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면 안 되고 딱딱 맞아야 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프로다. 프로페셔널이란 칭호는 알다시피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칭호가 아니다. 그만큼 철두철미하고 완벽해야 한다. 완벽주의가 고스란히 밴 그녀지만 인간이다 보니 한계에 부딪힌다. 옳지 않은 것을 알지만 자신 때문에 잡음이 나는 것을 원치 않아 직장 내 성추행을 꽤나 오랜 시간 묵인했고, 때로는 모친의 기분을 고려해서 싫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관계 가운데에서도 모든 사람과 화목하려 노략하는 모습이 애잔하기까지 하다. 오죽하면 그제(5일) 방송된 에피소드에선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서경선(장소연 분) 서준희 남매와 부친(김창완 분) 간의 관계 회복을 위한 총대 역할도 자처할까. 가히 지상 최대의 오지라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재능이 출중한 그녀일지라도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듯 실수를 남발하는 것은 이와 같은 그녀의 성격에서 비롯된다.



개인적으로는 진아를 보면서 젠더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필자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세울 거라곤 오직 내가 믿는 하나님, 나를 사랑하는 가족, 아무리 큰돈을 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소수의 친구들이 전부인… 개인적으론 자랑할 것 하나 없는 부족한 영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누군가를 챙겨야 직성이 풀린다.



그대의 아픔이 내 아픔이요. 내 아픔은 본디 내 것이었으니 내가 감내하리다. 이게 내 일상 속 마음밭에 밴 정신이다. 이러니 나라도 윤진아를 위해 변호해야 하지 않겠는가.



드라마의 결말이 다가오면서 환호보다 비판이 늘어가는 것은 추측건대 작가가 추구하는 방향성 즉, 리얼리즘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각광받은 것은 팍팍한 삶을 사는 두 주인공들의 한켠에 담긴 거짓말 같은 일탈 때문은 아니었을까. 때로는 현실의 팍팍함보다 가상의 청량감이 더 나을 때도 있다.



누가 보더라도 이 드라마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 단언컨대 해피엔딩이다. 문제는 방향성이 아니라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있다. 부디 기존 드라마에서 보인 프레임처럼 갈등이 극적으로 해소되고, 행복을 누리는 순간이 지나치게 짧게 묘사되는 일은 없기를…       



본문 이미지는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미지이며 출처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공식 홈페이지 內 포토갤러리 게시판이고 본 프로그램과 이미지의 저작권은 JTBC에 있음을 알립니다. 더불어 해당 글을 향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본문에 실린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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