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서핑_파도의 의미
아, 놓쳤다.
방금 그 파도를 탔어야 했는데 보내놓고 보니 깨끗하게 잘 빠진 파도였다.
그래,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는거고, 나는 다음 파도를 기다리자. 중요한 건 좋은 파도가 왔을 때 내가 그것을 탈 수 있는 실력이 되는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핑의 성지 나자레(포르투갈)에서 서핑을 탈 때 절실히 느꼈다. 파도가 높고 거세기 때문에 한 번 올라타면 그 짜릿함이 최절정이라 하던데, 그 파도 앞에서 나는 계속 엎어지기만 했다.
사업을 할 때 이와 똑같은 생각을 했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면서 ‘나는 안되나보다’ 생각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음 기회가 분명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서핑이든 사업이든 기회가 올 때 그것을 잡을 수 있는 실력이 중요하다.
그래도 서핑이 나은 점은 몇 번이고 실패해도 데미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고, 바로 연이어 다른 파도가 넘실거리며 나를 찾아온다는 점이다. 사업은 한 번 넘어지면 충격이 너무 크다. (그걸 3번이나 겪은 나도 참 무식하고 용감했다)
내가 올라탈 뻔 했던 그 파도는 어디서 부터 시작된걸까. 탄생은 아무도 알 수 없겠으나 그 소멸은 모두에게 공개된다. 해변에 가까이 갈수록 마치 ‘내가 간다아!’를 외치듯 하얗게 거품을 물며 육지를 향해 달려들다 겨우 모래사장에만 발을 디딛어보고는 무너져 결국 다시 드넓은 바다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 결말을 코앞에서 본 다음 파도도 똑같은 길을 걷는다. 달리 선택할 수 있는 여지도 없었으니 아마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는 핑계를 댈지도 모르겠다.
인생이 파도와 참 닮아있다. 우리 중 누구도 우리가 태어난 순간을 스스로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냥 어렴풋한 어릴적 기억을 시작으로 우리는 파도와 같은 인생을 시작한다. 7살은 7살대로, 10대에도 나름대로, 30, 40대가 되어도 여전히 삶의 굴곡이 있다. 삶이 왜 이렇게 넘실거리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건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모른채로 종국엔 모든 선조들이 갔던 그길로 나 역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니 아마 그것이 자연스러운 결말일 것이다.
파도 하나 봐놓고 참 별 생각을 다한다. 이렇게 썰을 풀어 놓자니 좀 길어져버렸지만 실제론 찰나의 생각이었을 뿐이다. 방금 놓친 파도가 해변에서 하얗게 부셔지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나는 다시 바다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나를 향해 단말마 같은 몸짓으로 달려드는 파도를 본다.
그래 파도야, 너에게 의미를 부여해주겠어. 넌 이 순간을 위해 수천 킬로미터를 달려온거야. 어디서부터 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마지막을 내가 장식해주마.
나를 기쁘게 하여라!
그것이 너의 의미일지니!
좋아. 지금이다! 가즈아!!!
…

또 놓쳤다.
미안.
일본에서 타는 서핑은 처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