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살의 문장들

(제7화) 또 가을

by 보리수

양평에 살면서 언제부터인지 가을마다 국화를 사는 버릇이 생겼다.

처음부터는 아니고 아마도 큰 딸아이가 좀 크면서 인스타에 뜨는 집 근처 저렴하고 가짓수가 많다고 자랑하는 꽃집에 대한 정보를 접하면서 가보자고 해서 가게 되기 시작하면서 구입하게 된 것 같다.

기껏해야 봄에 서는 장날 꽃들을 사다 놓거나 그랬는데...

난 화초 키우는 데는 별 재주가 없다.

예전에 우리 엄마 말이 엄마 주변의 경험과 뇌피셜로 동물 좋아하는 사람이 딸이 많고 화초 좋아하는 사람이 아들이 많다나? 그러셨는데 난 확실히 동물을 좋아해서 그런지 딸이 둘이다.

물주는 걸 까먹어서 말라죽던가 아니면 너무 많은 물을 줘서 녹아 죽던가? 항상 과도한 상황으로 몰아서 화초를 죽이기 일쑤였다.

처음에 올 때는 예뻤는데 시들시들해지는 모습을 보면 미안하고 속상하고 그래서 외면하고 싶고 그러다 까맣게 말라버리면 결국 땅으로 휙 버려버린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많이 속이 상하는 경험을 몇 번하더니 이제는 죽어가는 화초에 별로 의미부여를 안 하는 굳은살이 배겼다.

너무 자라면 싹둑 잘라버리고 누렇게 마르면 또 자르고 자른 가지를 물에 담가 놨다가 신기하게 뿌리가 내리는 녀석들은 또 화분에 심고 그대로 죽어 버리는 가지는 흙으로 돌아간다.

동물은 또 어떤가? 새끼 때 온 녀석들이 별로 없긴 하지만 처음에 왔을 때는 너무너무 예쁘다. 식물과 달리 난 동물 키우는 데는 좀 재주가 있는 듯. 우리 집에 오면 포동포동 살도 오르고 순하고 귀여워진다. 아마도 그건 내 눈에 콩깍지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예쁜 모습을 유지하지만 그 속은 나이 들어 어느덧 '노령변려동물'이 되어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난다. 그들도 다 흙으로 돌아갔다. 우리 집 뒷산에는 여러 반려동물과 우리 집 주변에서 객사한 동물들이 잠들어 있다. 그 당시엔 며칠을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울어도 눈이 붓지 않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는 모습에 그날은 안타깝게 울다가도 다음날이 되면

' 아픈 몸 벗어던졌으니 홀가분해졌겠지?'

라는 나름의 위로의 답을 내게 던지며 오히려 안달스럽던 내 마음의 짐을 벗어던지는데 익숙해져 버렸다.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국화꽃을 사지 않았다.

사실 가을이야? 아직 여름날씨인데? 하다가 국화들을 내놓은 화원들을 보긴 했지만 선뜻 꽃을 사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았다.

식물에게도 그렇고 동물에게도 그렇듯 소유와 이별의 감정이 줄어든 것인지.

그리고 산책길에 만나는 들국화가 너무나도 반갑기 시작했다.

파는 국화꽃에 대한 관심이 들에 아무렇게나 핀 들국화로 넘어갔다. 매번 ‘월동해요... 이거 올해 꽃 보고 화분에 심어 놓으면 내년에 또 나와요.’ 그 말에 산 국화 화분이 줄을 이을 텐데 올해 여름은 국화싹이 열심히 나다가 해에 다 타버리더니 다음에 비에 다 녹아내렸다. 그리고는 그 위를 원하지 않는 잡초들이 무성하게 덮어버리고 그나마 질기게 살아남았던 국화싹들은 보이지 않았다.

잡초는 무슨 죄인지... 밉지만 하나하나 뽑으면서 보면 작은 꽃이진 자리에 조롱조롱 씨앗을 맺고 있다. 공들인 놈은 자취를 감추고 다음에 더 번질 것을 약속하며 잡초는 게으른 주인의 꽃밭에 원 없이 번져 퍼질 준비를 마쳤다.

'꽃은 뭣하러 사나.' 무상함을 달래며 향기 좋은 들국화를 꺾어다가 작은 꽃병에 꽂았다가 빈 화분에 심어 내년을 기약해 보기로 했다.

계획대로 국화들이 자라 줄지는 알 수 없지만 곧게 자란 포트에 담긴 국화들보다 힘들게 이 모양 저 모양 얽혀 자란 들국화의 향이 향기로운 시기다.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더욱 정이 가는 들국화다. 내가 들국화 한송이만큼만 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잘 살고 있는 인생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노란 작은 국화꽃에 사람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하는 땡벌들이 날아든다. 가을에 들에 핀 꽃이 몇 없는데 노란 들국화가 그들의 먹이가 되어준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 습기가 증발하며 들국화향이 피어오른다. 이제 가을 같다. 한 해가 이렇게 저물어 간다. 그렇게 한해의 집착을 또 내려놓게 하는 노란색 들국화가 햇살을 먹으려 입을 활짝 피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고 기특하다. 그래서 들국화에 마음이가나?

AI가 그랬다. 물에 30분 담갔다가 흙에 심으면 뿌리를 내린다고.

그 말을 믿고 어제도 오늘도 들국화를 조금씩 꺾어다 향을 맡고 화분에 꽂는다.

우리 마당에도 내년가을에 들국화향기가 피어나길 기대하면서...

2025년이 가듯이 2026년도 이렇게 가겠지.

난 이제 60 산을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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