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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륭짱 Sep 21. 2023

순례 24일 차: 이제야

26.9살 막바지에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

22/11/12 토요일 Walking D+22 & Stayed 2(Logroño, Leon)

El Acebo de San Miguel (엘 아쎄보 데 산미구엘) -> Ponferrada (폰페라다) 약 16km


어제의 기운을 이어받아 오늘도 상쾌한 마음으로 길을 떠났다.

우리는 전 날 산을 타서 오늘은 비교적 짧은 거리인 16km 정도를 걷기로 했다. (내리막이 심한 것도 한몫했지만!)




아침을 먹으려 했는데 우리가 묵었던 알베르게에선 먹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다음 마을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고, 예정보다 30분 정도 일찍 빨리 떠났다. 가파름이 심해 정말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그런데 그 가파른 길로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는데 큰 돌, 많은 자갈, 삐뚤삐뚤하게 정돈되지 않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자전거로 이 길을 내려가는지 정말 신기하고 대단해 보였다. 


그렇게 멋있는 라이더 분들을 보며 조심스럽게 내려간 끝에, 우리의 아침식사를 책임져 줄 한 식당을 발견했다. 꽤나 구석진 곳에 restaurante(레스토랑)이라고 크게 써진 간판이 있었고, 그곳으로 올라가니 작은 마당이 딸린 아담한 카페가 나왔다. 

마침 우리가 길을 올라가는 도중에 이곳에 빵을 납품하는 사장님도 만났었는데 이 분은 전에 친구들과 한국에 가본 적이 있다고 흥겹게 말을 건네셨다. 그리고선 몇몇 아는 한국어로 인사를 하셨는데, 별거 아닌 인사에도 아침부터 감동을 받은 나였다.


(1) 언덕 위 레스토랑 (2)투박해 보이는 빵 (3)대존맛 빵과 카페 콘 레체


아침으로 따듯한 토스트와 카페콘레체를 먹었다. 빵은 따끈했고 속은 촉촉해 진짜 맛있었다. (내가 먹은 아침 빵 중에 최고였다) 정말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아침을 보내고 다시 길을 걸어갔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접할 수 있는 것 중에 또 하나의 묘미는 바로 자연! 이 아닐까 생각했다. 유독 어제부터 오늘까지 걸은 거리들 중에 이쁘고 멋진 풍경을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 오늘도 역시 너무나 멋진 도로를 발견했다.



이 도로도 광고에 나올 법하다며 탁 트이는 풍경에 그만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바람에 휘날리는 나무도, 조용한 이 길도 너무나 평온 그 자체였다. 이렇게 멋있는 풍경이 나올 때마다 사진도 열심히 찍었고 더욱 생생한 느낌을 담고 싶어 짧게 영상으로도 남겨두었다. 

"순례길이 마냥 힘들지만은 않구나" 하고 느끼게 만드는 그런 길이었다.


접니다 저


그러다가 만난 219KM의 비석에서 기념사진도 찍었고, 중간에 동화 속에 나올만한 정말 예쁜 마을에서 잠시 쉬며 충전도 했다.


MOLINASECA(몰리나세카)라는 이름의 마을이었는데, 골목길도 아기자기하게 잘 되어있고 바르도 있어 쉬기에 딱 좋았다. 걸어가면서 보니, 가족단위로도 놀러 온 사람들이 조금씩 보였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맑은 날씨 속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고 순례자들 중에서는 이 마을에서 하루 쉬고 출발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N언니가 기다리고 있는 폰페라다까지 가야 해서,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몰리나세카에서의 아쉽고 짧은 휴식을 끝으로 다시 일어나서 걸어갔다.


정말 예쁜 몰리나세카 / (현) 노트북 배경화면


얼마 지나지 않아 N언니가 기다리고 있는 폰페라다에 도착을 했다. 여기까지는 그리 어려운 길이 아니어서 무탈하게 갔으며, 몰리나세카와는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이젠 거의 끝무렵인 이 순례길이, 걸어갈 거리보다 걸어온 거리가 많은 순례길이 점점 더 재밌어지고 흥미로워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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