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우리는 서로 말을 아꼈다.
필요한 말만 건넸고,
식탁에서도 눈이 마주치지 않았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마음속엔 여전히 작은 가시가 남아 있었다.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까.'
수십 번을 고민했다.
그런데 뜻밖의 순간,
네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아빠, 나…
게임 좀 줄여볼게."
낮게 깔린 목소리.
너는 나를 보지 않고 말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말 안에 담긴 조심스러움과,
내가 알지 못했던 네 나름의 고민을.
나는 한참을 말없이 있었다.
어떤 대답이 너를 덜 위축되게 할 수 있을지
천천히 생각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래.
아빠도 너무 몰아붙여서 미안했어."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방 안에 퍼진 공기를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오랜만에 함께 거실에 앉았다.
너는 TV를 보며 짧게 웃었고,
나는 너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갈등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종종 부딪힐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 위에도,
상처를 주고받은 날들 위에도,
서로를 향한 마음은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는 걸
나는 느낄 수 있었다.
화해란,
큰 말이나 극적인 포옹이 아니라
서툴지만 다시 다가가는 작은 걸음이라는 것을.
그날 밤,
너는 네 방으로 들어가기 전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아빠,
주말에 같이 농구하러 갈래?"
나는 아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래. 좋지."
그 한마디로,
우리는 또 한 걸음 가까워졌다.